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갈라 콘서트에 '피아노협주곡 1번'이 꼭 나오는 이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갈라 콘서트에 '피아노협주곡 1번'이 꼭 나오는 이유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7.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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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차이코프스크 쿵쿠르는 6월15~7월3일에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외신에 따르면 7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펼쳐진 입상자들의 갈라 콘서트에서는 마지막 세 연주자의 곡이 모두 차이코프스키 곡이었다.
우선 남자 성악부문 우승자인 몽골출신 바리톤 간바타르 아리운바타르는 차이코프스키의 걸작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중 여주인공 리자를 사랑하는 옐레츠키 공작의 아리아 ‘당신을 사랑하오’를 불렀다. 그는 쿵쿠르에서 이 곡을 불러 전체 대상인 그랑프리를 안았다. 
또 피아노 부문서 2위를 차지한 조지 리에게는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을, 피아노 부문 1위 마슬레예프에게는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을 맡겼다. 

콩쿠르를 마감하는 갈라 콘서트에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등장하는 이유는 오랜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1958년 제1회 대회 때 미국에서 온 청년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초대 우승자가 되었다. 당시 흐루시초프 서기장 등장과 함께 미국과 소련간 데탕트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클라이번의 콩쿠르 우승은 러시아에서도 박수갈채를 받았고, 특히 그는 러시아 TV에 출연해 피아노를 치면서 ‘모스크바의 밤’을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연주가 나중에 '갈라 콘서트'로 발전한 셈이다.

이렇게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음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피아노협주곡 1번은 작곡 당시 차이코스크기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광고에서는 음악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난다'는 악평을 받았다고 표현된다.

그 연유는 이렇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모 여성지에 기고한 글에서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완성한 뒤, 평소 잘 따르던 국립 모스크바음악원 원장이자 피아니스트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이 곡을 헌정하러 찾아갔다. 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에게 연주를 해보라고 했고, 그의 연주를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초연을 하려면 악보의 이곳저곳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난했다"고 썼다. 

차이코프스키는 스승격인 루빈스타인 원장의 악평에 단단히 화가 나 헌정 자체를 취소하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독일의 한스 폰 뷜로에게 헌정했다. 초연도 뷜로의 몫이 되었다. 1875년 10월 25일 미국 보스턴에서 이뤄진 초연은 큰 성공을 거뒀다. 초연을 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루빈스타인 원장은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피아노협주곡 1번은 그때까지 큰 흐름을 이룬 전통적인 피아노 협주곡과 사뭇 다르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쇼팽 등의 곡에서는 피아노 파트가 곡의 선율을 이끌어나가는데, 차이코프스키는 오케스트라가 주선율을 이끌고, 피아노는 화성을 중심으로 타악기적인 효과를 많이 내고 있다. 큰 흐름을 바꾼 협주곡을 루빈스타인 원장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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