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단기 변동은 석유부국 사우디나 러시아, OPEC 회원국 음직임에 따라 출렁거리지만, 긴 흐름의 유가는 역시 사우디와 미국간 '석유전쟁'에서 결판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발표한 월례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OPEC 비회원국의 산유량이 내년에 하루 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망은 저유가와 재정위기까지 겪으며 물량공세를 편 사우디가 미국 셰일업계와의 힘겨루기에서 이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50만 배럴 감산 예상은 구소련이 붕괴한 이래 2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비용·저효율의 셰일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이기지 못하고 석유 생산을 그만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IEA는 설명했다. 셰일 오일의 생산비는 배럴당 평균 60달러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사우디 원유 생산비의 2배에 이른다.
당초 국제 원유시장 수급 균형을 무너뜨리고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건드린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다. 셰일가스는 셰일층 암석에 섞여있는 원유를 수압식(프래킹)으로 채굴해 내는 비전통적 원유를 뜻한다.
미국은 그동안 제조업 재건을 통한 경기 회복을 노리는 등 정치·경제적 이유로 셰일가스 생산을 크게 늘렸다. 지난 2008년까지 하루 470만 배럴이였던 미국 산유량은 지난 2014년에는 890만배럴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OPEC로부터 들여오던 원유 수입은 자연히 줄게 됐다. 미국은 OPEC에서 2008년 8월 1억806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지만, 그 규모가 8700만 배럴로 감소한 상태다.
위기를 느낀 사우디는 미국 셰일가스 산업의 파산을 겨냥해 '저유가+물량공세' 전략을 도입했다. 유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이후 국제유가 추락에 미 셰일업체들의 원유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셰일가스 업체들이 기술개발로 생산 단가를 낮춘 데다, 지난 6월 유가가 60달러까지 반등하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0만배럴로 1972년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업체와 사우디 간 팽팽한 세력 균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또한 공급과잉 역시 유가가 접점을 찾으며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죽고 살기식' 전략을 고수하며 석유 수출량을 5월 하루 694만 배럴에서 6월 737만 배럴로 또 다시 증산, 미 셰일업체의 숨통을 조이며 '2차 전쟁'을 시작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주요 원유 생산국들은 사우디에 따가운 눈총을 보냈지만, 사우디는 셰일업체를 고사 전략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전세계 석유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됐고 중국의 경기둔화, 달러화 강세 등 악재까지 겹치며 국제유가는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급기야 배럴당 15~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와 셰일 업계의 힘겨루기는 이제 서서히 결말에 도달하는 모양새다. IEA는 주요 셰일업체의 내년도 원유 선물가가 평균 손익분기점 이하에서 정해지고 있다며 셰일업계의 감산 흐름은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셰일업계는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추량을 줄이고 수만 명의 직원을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바이러시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