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움직이는 건 미 월가의 자본? 러시아측의 '유가 치킨 게임' 배후는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건 미 월가의 자본? 러시아측의 '유가 치킨 게임' 배후는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1.26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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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유시장에서 가격을 주도해온 세력은 산유국 모임(OPEC)와 석유 메이저(대형 석유회사)였다. 그러나 소위 셰일 가스(석유)가 생산되면서 미국 셰일업체가 주요한 키로 등장했다. 최근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지면서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 등 OPEC과 미국 셰일업계간의 '치킨 게임' 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또 OPEC과 미 에너지정보청(EIA) 기준(2013~2014년)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러시아와의 기 싸움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런 분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1TV가 최근 국제원유시장과 관련, 미국 월가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치킨 게임'으로 흐르고 있는 석유전쟁을 과거 1980년대 후반(구 소련의 붕괴)과 같이 러시아를 고사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멕시코 국영석유기업 '페멕스'는 배럴당 1달러의 손실을 보면서도 석유를 팔아야 하는 처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미국의 셰일업계를 도와주는 일이라도. 

미 셰일업계도 한계상황으로 내몰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일리노이주의 한 셰일석유업체 사장의 말을 인용해 "석유산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지난해 비용 25%를 줄인 셰일석유업계가 올해는 20%를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온다. 그렇다면 감산이 이뤄지면 국제유가는 올라갈까? 러시아 방송은 그것보다 미국 월가의 자본이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국제유가 추이는 지난해 9월 배럴당 50달러대부터 현재 27~28달러대까지 꾸준히 우하향하는 직선의 모습을 띠고 있다. 왜?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는 2016년 유가전망치를 배럴당 20달러로 크게 낮췄다. 골드만삭스 전망치에 따라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금융그룹 역시 올해 국제유가를 20달러대로 맞춰 예측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방송은 국제유가 움직임의 비밀을 여기에서 찾았다. 골드만삭스가 예고한 배럴당 20달러는 '전망치'가 아니라 '목표치'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자본은 시장을 만드는 주체여서 국제유가를 그 목표치까지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원유를 공급하는 계약은 전체 시장에서 2% 비중밖에 안된다. 나머지 98%는 투기적인 선물과 파생 상품, 주식거래로 이뤄져 있어 골드만삭스같은 금융자본이 결정한다. 원유 선물가격은 심리적 영향은 일부 받지만 경제학적인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 오직 소수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전망치'에 따를 뿐이다.

선물시장은 완벽하게 미국 대형은행들의 통제를 받는다. 전망치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따라 움직이는 국제유가 시스템은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등 반복적으로 시장에 주문을 건다. 

물론 미국 셰일석유 혁명이 그 계기 혹은 명분이 됐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석유생산량을 기존보다 50% 더 늘어났다. 그러나 가동중인 미국 셰일석유 광구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4년 정점과 비교하면 현재는 3분의 2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미국은 하루 920만배럴 수준의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해 왔다.

그 비밀도 미국 월가에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들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셰일석유업체가 파산하지 않도록 든든히 받치고 있다. 셰일업체는 과잉공급 상황에도 계속 석유를 파내고 있다. 미국의 원유감산은 곧 글로벌 석유전쟁에서의 전면적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치킨게임은 월가의 대형은행이라는 마법의 요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셰일가스에만 비밀이 있는 건 아니다. 사우디가 끝까지 감산을 거부하는 것도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비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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