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중등 신학기 시작, 왕따도 덩달아 춤춘다
오늘 초중등 신학기 시작, 왕따도 덩달아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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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0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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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2일 신학기가 시작된다. 한국은 3월에 학기가 시작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서방국가들과 마찬가지로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마찬가지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첫날부터 싸움박질을 하고 그 무리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그래서 러시아에는 1학년생의 첫 수업으로 ‘미르(평화) 수업’이 있다. ‘친구와 잘 지내라’는 걸 가르친다. 하지만 싸움박질은 곧 시작되고, 누가 대장이고 쫄병인지 가려진다. 그 과정에서 희생양이 나온다. 요즘 유행어로 하면 '왕따'다.

러시아의 왕따는 어떨까? 유튜브에 오른 왕따의 한 장면이다.

금발 여학생 두 명이 한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당기더니 밀쳐서 쓰레기 더미로 넘어뜨린다. 그러곤 자기 신발에 입을 맞추게 한다. 13세 여자아이들이 반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으로 TV를 통해 안방으로 전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가해 학생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왕따에 대한 처방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한 교사도 "아이가 따돌림을 받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왕따 현상을 선생이 조장하는지, 같은 반 학생들이 시작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의 경우는 아이들이 선생의 행동을 따라 자신감 없는 학생을 괴롭히는 것이고, 후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감 없는 학생을 골라 그 아이와 비교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이 교사는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뚱뚱하거나 말을 더듬는 등 신체적 차이가 두드러진 아이들이나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잘 우는 아이가 왕따 대상이 된다.

반내 서열이 정해지는데는 보통 6개월여가 걸리고, 입학한 뒤 2학년, 3학년까지도 경쟁은 계속된다. 한국 주재원의 한 아들은 러시아 현지 학교에서 '왕따'를 피하기, 혹은 '반내 서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러시아 아이들과 싸움박질을 벌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학교도 불려다녔다. 추억같은 이야기다.

학교에서 왕따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러시아 교육계의 생각이다. “어떤 집단이건 희생양을 골라낸다”는 것이다. 특히 왕따는 어떤 집단에서든 필요한데, 집단 전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왕따는 서열 싸움의 희생자다. 따돌림 받는 학생은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그 나름에서 적응해야 한다. 부모가 그 일을 대신하기는 힘들다. 어찌 됐건 아이가 스스로 저항해야만 한다.


이진희

러시아 초등학교 입학식은 마치 축제와 같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만큼 구소련시절부터 굉장한 날로 여겼다. 9월 1일에는 각 학교 운동장은 하양·빨강·노랑·주황 등 색색의 꽃으로 가득 찬다.

전교생이 꽃다발을 들고 빽빽한 반원을 그리며 선다. 통상 한편엔 이제 11학년생에 올라간 학생들이, 다른 한편에는 ‘철부지’ 1학년생이 선다.

반원 안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날’을 축하하며 당부의 말을 한다. 장기자랑에 이어 ‘공부도 잘하고 힘도 센’ 11학년 학생이 1학년 여학생을 목마 태우면 아이는 작은 종을 힘차게 울린다.

긴 학창 시절을 알리는 첫 신호다.

첫 수업에 선생님은 친구와 잘 지내라고 가르치는 ‘미르(평화라는 뜻) 수업’을 한다. 그러나 그 가르침은 가르침이고 남학생들간에는 서열을 정하는 싸움이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왕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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