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가톨릭교회 "교황과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만남은 배신"
우크라이나 가톨릭교회 "교황과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만남은 배신"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2.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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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은 로마 가톨릭 교인가 많다. 동부쪽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정교회 신도가 우세하다. 그래서인지 우크라이나 서부쪽의 우크라이나(그리스) 가톨릭교회(UGCC)의 교인들은 1천여년만에 이뤄진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회동에 대해 “바티칸에 배신당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가톨릭교회는 16세기에 그리스 정교회에서 분리돼 로마 가톨릭 산하로 분류되는 교단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가톨릭 교회의 스뱌토슬라프 총대주교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만남에 대한 논평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교황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논평에서 “두 사람의 성명은 우리 교회의 많은 신자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었고 많은 신자들이 내게 바티칸을 향한 배신감을 토로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베드로의 후손으로서 교황에 대한 믿음은 정치나 외교, 동의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신념”이라며 교인들에게 기독교를 향한 변함없는 신뢰를 당부했다.

앞서 쿠바 아바나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대주교는 12일 “범 기독교의 통합과 만남을 추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2014년 4월 크림 반도 위기 이래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애도하고 “우크라이나 교회가 분쟁을 지지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가톨릭 교인들 입장에서 이 성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진실을 호도하고 러시아의 침략을 지지한 것처럼 읽힌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8.1%가 우크라이나 가톨릭 교회 소속이다. 우크라이나 서부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에 의해 통치되던 때 1596년 그리스 정교회로부터 분리된 후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는 가톨릭교회가 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한편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등은 우크라이나(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존재를 핑계로 교황과의 회동을 거부해 온 러시아 정교회 측이 아바나에서 교황과 키릴 대주교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은 푸틴 대통령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리아 폭격으로 서구와의 관계가 나빠진 푸틴 대통령이 정교회를 이용해 서유럽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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