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이 바꿔놓은 러시아 레스토랑 풍경, 값비싼 스시점 사라지고..
경제난이 바꿔놓은 러시아 레스토랑 풍경, 값비싼 스시점 사라지고..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3.10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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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이어지는 심각한 러시아의 경제난이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2000년대 초 국제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모스크바의 '스시' 전문점들은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간판을 바꿔달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스시 전문점들이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스시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플래닛 스시'는 작년 말 모스크바 남동쪽에 있는 지점 간판을 '시카리'로 바꿔 달았다. 베트남 쌀국수, 중국식 만두 전문으로 바꾼 것이다. 

100여 곳의 '플래닛 스시' 지점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로신테르 측은 "루블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수입 재료의 가격이 치솟았다"며 "참치, 장어 등 생선은 물론 김과 간장까지도 수입해야 하는 스시 전문점은 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중심에 20여 개 체인점을 두고 있던 스시 전문 레스토랑 '야포샤'는 계속되는 매출 하락으로 이미 파산했다.

대신 값싼 패스트 푸드 점이 늘어나고, 이용객도 급증했다. KFC는 지난해 새 매장을 100여 개나 열었고, 버거킹과 맥도널드도 매장을 각각 60여 개 늘렸다. 작년 KFC의 매출은 2014년 대비 42% 증가했다. 피자헛, 타코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얌브랜드의 러시아 지사장 올레그 피스크로브는 "KFC의 저렴한 가격은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중심가의 '아호드니 랴드' 쇼핑몰 지하 1층 푸드코트는 주말엔 늘 만원이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와 버거킹, 현지 패스트푸드점인 체레목(Teremok) 등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일반 가정의 식탁 풍경도 바꾸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올라 값이 상대적으로 싸진 수입 농수산물과 식품이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건 이미 옛날 일이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의 농산물·식품 수입액은 2000년 70억달러에서 2014년 497억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가 서방측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과 EU 캐나다 등 28개국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러시아 내 식료품 가격은 작년 한해 평균 16.3% 상승했다.

가장 많이 가격이 오른 품목은 해바라기씨유로 44.6% 상승했고 설탕(30.2%), 시리얼(28.5%), 해산물 (24.9%), 채소·과일(24.3%) 등이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산 프로슈토(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이탈리아식 햄), 프랑스산 블루 치즈 등 기호 식품의 가격은 2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을 이용하려는 메뉴 개발 노력이 시작됐다. 이런 현상을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셰프들의 애국심'이라고 불렀다. 이 신문은 최근 "러시아의 셰프들이 애국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면서 "러시아산 스테이크와 송로버섯, 심지어 부라타(이탈리아식 치즈) 대체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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