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이연성,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서 유학후 러시아 음악 리더로
성악가 이연성,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서 유학후 러시아 음악 리더로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4.08 0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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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이연성은 국내에 러시아 음악을 알리며 한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에는 국내 음악인 최초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국가 훈장인 ‘푸시킨 메달’(문화예술훈장)을 받았다. 

성악가 이연성은 현재 단국대 성악   과에서 음악학도들에게 러시아 가곡을 가르치며, 게로이 3베이스와 나르타 등 2개의 연주팀이 속해 있는 한국아르티아다 단장직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이 단장이 러시아 음악과 사랑에 빠진 건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부터다.

모스크바 특파원 시절에 만난 그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에는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선교사가 되는 대신, 성악을 하러 모스크바로 왔다는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 신문과 회견에서 20년전에 만나 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회상했다. 

그는 "신학대학 졸업후 교회음악가가 되려고 했는데,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러시아 민요를 처음 듣고 감동한 후 1995년 러시아로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다. 유학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일화 하나. "말이라도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우파라는 도시로 갔어요. 우파는 콩쿠르 구경 갔다가 알게 된 도시인데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러시아어를 배우기 좋았어요. 하지만 거주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모스크바로 다시 갔죠. 우파에서 모스크바까지 한 칸에 4명이 자야 하는 기차로 37시간이나 걸려요. 그렇게 두 도시를 몇 차례 다니다가 기차역에서 강도도 당했어요. 근데 강도가 하는 말을 제가 못 알아들으니까 푼돈만 가져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1년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한국 학생이 40명 정도였는데 제가 러시아어를 잘하는 축에 들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러시아 노래를 원어로 배우며 본토 사람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닥치는대로 콩쿠르에 참가했어요. 그러면서 러시아 음악계 인사들도 알게 됐죠.”

그는 1999년 자신의 인생에 꽃을 피웠다.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동양인 최초로 모스크바 국립 스타니슬라브스키 오페라 발레 극장 정규 단원으로 입단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2003년. 러시아에서 생활고에 지친 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이 단장은 여러 차례 청와대 국빈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행사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왔을 때 처음 청와대에서 가서 러시아 노래를 불렀고,  2012년에는 크렘린궁에서 공연을 했다. 2013년 11월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서 러시아 국민 애창곡인 ‘그대를 사랑했소’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요즘은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하고, 러시아에서 열리는 여러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공연 기획자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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