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만가. 여기 들어오는 자...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만가. 여기 들어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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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0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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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강 하류에 위치한 스탈린그라드는 소련의 산업 중심지이자 카프카스 지방의 유전과 주요 지역을 잇는 석유공급로다. 히틀러는 이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33만명의 나치군을 스탈린그라드로 진격시켰다.

1941년 6월 첫 포성과 함께 역사상 최대의 시가전으로 기록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이렇게 시작됐다. 막강한 화력과 효율적인 부대편제를 갖춘 독일군은 개전 이틀만에 소련군 전투기 2000대를 파괴했다. 한 독일 지휘관의 말처럼 전투는 한달이면 끝날 듯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의 승전가는 이내 지옥에서 울부짖는 비명으로 바뀌었다. 1942년 2월까지 계속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결국 소련군의 승리로 끝났다. 스탈린체제의 비효율적인 공포정치에 빠져 있던 소련이 어떻게 강력한 독일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

영국의 역사저술가 앤터니 비버의 ‘여기 들어오는 자,모든 희망을 버려라’(안종설 옮김,서해문집 펴냄)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실상을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제목은 단테의 ‘지옥’편에 나오는 구절로,스탈린그라드에 고립된 독일 부상병들의 수용소에 적혀 있던 말.전쟁의 참혹함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저자는 소련과 독일 병사들의 전쟁일기,개인 메모와 편지,소련 비밀경찰(NKVD)의 포로 조서,인터뷰 등을 토대로 590일간의 전투를 상세히 기록했다.

“병사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들끓는 이 때문에 미친 듯이 몸을 긁어댈 때는 그래도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어느 병사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쥐가 동상에 걸린 자신의 발가락 두 개를 갉아먹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

독일군이 러시아의 겨울 날씨 때문에 패했다는 속설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볼가강까지 밀려난 소련군은 완강히 저항했고,10월 중순 무렵부터 시작된 추위와 보급품 부족은 병사들을 적잖이 괴롭혔다.

그러나 꼭 날씨가 승패를 가른 건 아니었다. 주코프와 추이코프라는 두 걸출한 장군이 지휘하는 소련군은 무엇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고,끝없는 노동자의 희생은 소련의 공업생산력을 독일의 그것에 앞서게 만들었다.

한편 저자는 히틀러의 광기와 편집증에 가까운 독선이 독일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한다. ‘스탈린의 도시’를 반드시 점령하겠다는 히틀러의 집착이 오판에서 패전으로,마침내 독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아니다. 이름 없이 사라진 소련의 무명용사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다. 그들은 독일군조차 “개들이 사자처럼 싸운다. ”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용맹무쌍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자 독일군이 소련사람들을 비하해 부르던 ‘이반’,그들이 소련을 지켜냈고 세계를 구했다. 이 책은 그 ‘바보 이반’들에게 바치는 만가(輓歌)다. 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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