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사고 30주년, 아직도 계속되는 안전성 공방/방호벽 추가 설치해야?
체르노빌 원전 사고 30주년, 아직도 계속되는 안전성 공방/방호벽 추가 설치해야?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4.2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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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치욕적 사고로 끊임없이 거론되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또 세월이 흘려 벌써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모든 대참사가 그러하듯, 근본적 원인과 대책을 놓고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체르노빌 참사 30주년을 맞아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타스 통신사에서는 사건 당시 수습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원자로의 설계상 기술적 문제와 소련 당국의 무리한 원전 운영이 폭발 원인이라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됐다. 근본적 문제인지, 운영상 문제인지가 아직도 논쟁중이라는 뜻이다. 

기자 회견에 나온, 옛 소련 기계성 소속으로 체르노빌 참사 이후 약 1년 동안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이고리 오스트레초프는 원전 폭발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원자로 설계상의 결함을 꼽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스트레초프는 "1975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원전에서 비슷한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레닌드라드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유형 원자로(RBMK 원자로)의 설계상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체르노빌 사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같은 유형의 원자로 11개기가 아직도 러시아의 레닌그라드 원전, 스몰렌스크 원전, 쿠르스크 원전 등에서 가동되고 있다"며 안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 수습기구 '콤비나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소련 검찰의 사고 조사에도 참여했던 블라디미르 코마로프는 소련 지도부의 무리한 원전 가동이 사고를 초래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시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간부가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에게 원전 가동률을 무리하게 높이라는 지시를 했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폭발을 일으킨 4호 원자로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 방호벽의 안전도에 대해서는 방호벽이 붕괴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오스트레초프는  주장했다. 그는 "사고 당시엔 서방의 비난을 우려한 정치적 이유로 밝히지 못했지만, 핵연료와 방사능 물질의 95~97%가 불에 타 대기로 방출됐으며 원자로 안에 남아있는 것은 일부 폐기물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콘크리트 방호벽이 무너지더라도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남은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 유출을 우려해 수십억 달러가 드는 철제 방호벽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안전한 대책으로 "기존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아예 부숴버리고 그 위에 모래를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사고 원자로 안에 아직도 상당한 양의 핵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콘크리트 방호벽이 붕괴할 경우 제2의 방사능 유출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는 서방 측 전문가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측은 앞으로 6년 뒤면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럴 경우, 추가 철제 방호벽을 설치할 것인지, 모래로 덮어씌울 것인지 전문가들의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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