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루블화의 태환화, 의욕은 좋지만..
러 루블화의 태환화, 의욕은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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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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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일 달러로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태환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은 대부분 전문가들은 실현 여부자체가 미지수라고 전제하고, 태환화는 러시아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루블화의 섣부른 추진은 러시아 경제가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자칫 통화 정책이 원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당국이 경제를 운영하면서 루블화의 태환화를 위해 철폐해야 하는 규제도 새롭게 제정하는 등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해 태환화 추진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을 뿐, 실제 루블화의 태환화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태환화 된 화폐는 달러화와 유로화 등 외국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통용되는 화폐를 일컫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당초 정해진 일정보다 1년 앞당겨 2년안에 루블화가 태환화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푸틴은 자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서 러시아에 대한 투자 위험을 감소시키고 외국계 자본에게 러시아가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지난 10일 조지 소로스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가 원할 경우 2008년부터 러시아 루블화가 태환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물론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당분간 루블화의 태환화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루블화의 거래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 태환화 가능성을 가로 막고 있다. 루블화를 태환화폐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루블화를 대량 보유하고 거래해야 하지만 아직은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보유를 꺼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환율 시장 개입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도 아직은 루블화 태환화에 미온적이다. 루블화의 태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가간 자본의 이동 혹은 국제 금융에 대한 회계 규정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푸틴이 더 빨리 움직이라고 독려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이런 장벽을 철폐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달에 발효되는 법률은 정확하게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만기 2개 월까지의 단기 채권 전체를 압류할 수 있고 2년까지의 장기 채권에 대해서도 동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들은 정부의 태환 정책에 대해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또 러시아의 교역 비중은 서방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전체 수출입 규모가 2천11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 다. 네덜란드가 4천95억달러에 달하고 독일이 1조3천억달러에 달하며 미국이 2조달러 에 달하는 데 비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안톤 스트라첸스키 트로이카 다이알로그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가 태환화되기 위해서는 CIS(독립국가연합)가 아니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에서 루블화를 지불준비성 통화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이 태환화된 루블화를 보유하는 것은 결국 석유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사는 것과 같은 셈인데,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인 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외국계 자본이 굳이 석유를 사는 것과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루블화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

루블화를 태환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국내 금융시스템의 개혁도 시급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예금보호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국내 유일의 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SBER BANK)에 금융기관 전체 예금액의 70%가 몰려 있다.

러시아가 올해 하반기부터 예금보험정책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금융기관간 경쟁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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