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러시아의 술 문화, 보드카 가고 수제 생맥주 뜨고, 고급 양주 가고, 와인이..
바뀌는 러시아의 술 문화, 보드카 가고 수제 생맥주 뜨고, 고급 양주 가고, 와인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5.07 0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의 '술 문화'가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보드카의 나라'.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자연적 특성과 러시아적 기질이 독한 보드카를 즐기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아닌 듯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웰빙'과 '삶의 질'을 따지면서, 보드카는 가고, 다양한 맥주와 와인이 러시아 술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덩달아 맥주 바(bar)가 급증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겨울에는 보드카, 여름에는 맥주라는 등식이 성립되었고, 지하철 역 주변서 맥주 병을 들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들의 풍경이 흔했다. 달라진 것은 '고급 혹은 즐기는 술문화'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는 수제 맥주 전문 바 ‘에릭 르쥐’ 등 맥주 바가 많이 생겼다. 우리나라에도 몇년전 유행했던 '세계 맥주' 바를 연상케하는 집이다. 
이와관련,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러시아의 알코올 소비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대형 주류 브랜드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한 질 좋은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에는 하루 1개꼴로 수제 맥주 바가 문을 열고, 러시아 전역에 1,000여개의 소규모 양조장이 성업 중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같은 변화는 러시아 정부의 주류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늘 술취한 주정뱅이들로 골치를 앓아온 러시아는 '금주법' 등 다양한 술 덜 마시기 정책을 펴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는데, 지난 2009년 과도한 음주를 방지하기 위해 결정적인 정책을 취했다. 보드카 최저 가격제 도입이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이라, 이 제도가 부족한 국가 재정 수입의 확대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도 비등했으나 결과는 술 소비량의 감소로 나타났다. 

현재 러시아에서 보드카 0.5L의 최저 판매 가격은 185루블(약 3500원)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러시아의 보드카 가격은 최고 65%까지 상승했다. 대신 보드카 생산량은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1분기 러시아 전체 술 소비량 중 보드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정도 줄어 39.3%를 기록한 반면, 맥주는 0.3%포인트 상승한 40.9%를 기록해 보드카를 처음 앞질렀다. 와인 소비량은 9.5%에서 9.9%로 상승했다.

이 통계를 보면 보드카로 굳어진 러시아 술 문화가 바뀐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더욱이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 외국산 고급 술의 소비도 줄었다. 수제 맥주 바와 소규모 양조장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20여년 전 모스크바를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동네마다 소규모 생맥주 공장이 있어, 아침마다 동네 주민들이 신선한 생맥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곤 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일까? 낭만이 있는 고급 술 문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