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게에 버금가는 고려인이 있었다니 놀랄 일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일본과 극동러시아에서 첩보원으로 종횡무진 활약한 김로만(1899~1967)이다. 그의 탄생 115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에서 열리고 있다. 5월 26일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고 28일부터 6월4일까지 '김로만 기록 사진전'이 모스크바센터에 위치한 투르게네프 기념 도서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따르면 김로만은 1930년대 소련 KGB 극동책임자로 대일본 첩보활동을 수행하며 혁혁한 공로를 남긴 주인공으로 부친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 작전에 관여한 사실이 이번에 처음 알려지기도 했다.
189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생한 김로만은 1907년부터 1917년까지는 일본에서 생활하고 학교에 다녔다. 1923년에 러시아 극동대학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연구소에서 부교수로 근무한 그는 1930년 소련 KGB의 극동 책임자로 활동했다. 이후 일본을 위한 간첩행위를 했다는 모함을 받고 체포돼 20년형을 받았으나 5년 복역 후에 감형, 석방됐다. 훗날 자신의 첩보활동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을 써서 이름을 날리다 1967년도에 타계했다. 첩보활동의 특성상 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다.
학술세미나에서는 한국 전문가들이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 한국사원로학자인 유리 바닌을 비롯,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소장, 김영웅 극동연구소 교수,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한국몽골과장 등 러시아 학자들은 물론, 사카나카 노리오(일본 도시야대학 교수), 무라노 카츄야키(일본역사학자)와 인디애나대학의 쿠로미야 히로아키 교수 등 일본 미국의 학자들도 자리했다.
특히 김로만 선생의 손녀인 김 갈리나와 '김로만 전기'를 집필한 동양학자 알렉산드르 쿨라노프가 자리를 빛냈고, 최 발렌틴 재러시아 한국독립유공자후손협회 회장, 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최 발렌틴 회장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도왔던 독립운동가인 최재형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구 소련 연방 의원을 역임한 김영웅 교수는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후에 당시 조선인들이 러시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조선인들의 극동지역 이주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고 이는 극동러시아지역에서 독립군의 대 일본 항전의 기반이 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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