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가르히가 가는 길은 뻔하다
올리가르히가 가는 길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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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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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리가르히(과두재벌) 사냥’이 최근 최대 정유사인 유코스 사태로 절정을 맞고 있다. 탈세 혐의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을 구속시킨 러시아 당국은 자산 동결과 세금 강제징수로 유코스를 압박하고 있다. 푸틴 정부의 계속되는 ‘탄압’에 대한 재벌들의 대응 방식도 다양하다.

▽‘저항형’=옥중의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은 법정투쟁을 벌이며 항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형 선고가 예상되고, 자칫 ‘빈털터리’가 될지도 몰라 언제까지 버틸지는 알 수 없다. 기업을 뺏기고 영국에 망명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전 로고바스그룹 회장도 여전히 싸우고 있다. 서방 언론에 푸틴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고 러시아 야당에 자금 지원도 하면서….

▽‘현실도피형’=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브네프티 대주주는 런던으로 이사했다. 영국 명문 축구단 첼시를 사들인 그는 축구나 즐기면서 모스크바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일간 선데이 타임스는 최근 그를 ‘영국 최대 갑부’로 선정했다.

다른 러시아 부자들도 영국으로 이사해 고급 저택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런던에 때 아닌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고 있다.

▽‘순응형’=석유·알루미늄 재벌인 빅토르 벡셀베르그는 미국 포브스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옛 제정 러시아 황실의 보물 ‘파베르제의 달걀’을 사들여 크렘린에 기증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는 명분과 함께.

대부분의 재벌은 이처럼 크렘린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무도 유코스 사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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