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계 곧 구조조정 바람이 닥친다
러시아 금융계 곧 구조조정 바람이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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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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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돈세탁 혐의로 민간은행인 소드비즈네스은행에 대해 인가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된 러시아 은행위기는 예금 인출사태가 진정되는 등 안정 국면을 맞고 있다.

7월 중순까지 두달여동안 러시아에서는 예금 인출을 위해 사람들이 은행 앞에서 갈게 줄을 서 있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지만 이제는 대부분 사라졌다. 두달동안 민간 은행에서 인출된 자금 규모는 2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대외무역은행(브네쉬토르그은행)이 인수한 자산 규모 22위의 구타은행은 지난 23일 조만간 정상적인 모든 은행 업무를 수행할 것임을 발표했고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도 하루 신규 예금액이 인출액 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이번 은행 위기가 정부측의 소드비즈네스은행에 대한 갑작스런 퇴출 결정과 이후 추가 퇴출 대상 은행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에 기인한 만큼 향후 정치권의 불안정과 은행 제도 미비와 맞물려 또다시 무더기 예금 인출사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민간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대형 국영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1천200개가 넘는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 탄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근거없는 루머에 은행들 휘청= 올들어 러시아에서 발생한 은행 위기는 지난 해 12월 러시아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예금을 보호해주는 내용의 예금보험법을 제정하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예금보험의 적용을 받는 은행을 선별하기 위한 심사작업을 올초부터 진행하면서 예금보험제도에 가입자격이 미달하는 소규모 은행에 대한 퇴출과 이에 따른 약간의 예금 인출사태는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실한 은행 조차 퇴출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는 등 근거없는 소문에 휘말리면서 예금 인출이 모든 은행으로 확산되는데 이번 위기의 심각성이 있었다.

크레디트 트러스트는 소드비즈네스은행과 계열 관계에 있다고 알려지자 예금 인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4일 영업 정지를 선언했다.

올리가르히(과두재벌)중 하나인 밀턴 프리드먼이 이끌고 있는 알파그룹의 자회사인 알파은행도 루머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한주동안 2억달러가 넘는 돈이 빠져 나갔고 인출을 막기 위해 1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물리기도 했다.

총 자산의 3분의 1인 3억4천만달러의 예금 인출 요구가 있은 구타 은행도 지난 6일 영업 중단을 선언했으며 대외무역은행에 86%의 주식을 매각한뒤 합병됐다.

◇ 정부의 예금보장 의지가 사태 진정= 이번 은행위기 사태에서 정부의 반응은 늦기는 했지만 대체로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 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7%에서 3.5%로 인하해 3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은행 부문에 추가 공급했다.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 민영은행의 상징인 알파 은행에 대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조속한 위기 진화에 나섰다. 실제 알파방크는 주주들이 8억 달러의 자금을 신규 투입키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은행위기 해결과정에서 핵심은 지난 10일 국가두마를 통과한 신 예금보험법이다. 지난해 12월 예금보험법 제정이후 퇴출되는 은행, 예컨대 소드비즈네스은행 같은 곳의 예금에 대해서도 예금 보장을 해주겠다고 전격 발표함으로써 모든 은행이 10만루블(3400달러) 범위에서 예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로 이후 두달동안 진행됐던 예금 인출을 위한 줄서기는 수그러들었다.

◇ 국영 및 외국계은행에 예금 몰려= 지난 98년에 이어 두 번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러시아인들은 보다 안전한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소규모 민영은행을 떠난 자금이 국영 및 외국계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은행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영업중인 1천274개의 은행 가운데 대형 은행에 예금을 빼앗겨 향후 문닫을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알파은행의 올레그 튜마노프 부 최고경영자(CEO)는 "국영 및 외국계 은행들이 이번 은행 위기의 최종 승자"라며 "최근 은행 위기는 예금주들의 관심을 스베르방크나 외국계 은행으로 높여놨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내에서 루블로 된 개인예금의 69%, 외국 화폐로 된 예금의 45%를 보유하고 있는 국영 스베르방크의 독점화 경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번 위기의 또다른 수혜자인 외국계 은행인 '인터내셔널 모스크바은행' 이사회의 일카 살로넨 의장은 "중소 규모의 러시아 은행들로부터 이탈한 기업 고객 일부가 우리 은행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1천274개에 달하는 은행들을 어떻게 구조조정 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 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은행들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을 장려하고 있지만 M&A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는 최근 은행간 자발적인 통합을 가속화해 수적으로는 적지만 더 크고 강력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살로넨 의장은 "중소 규모의 러시아 은행들이 파트너나 잠재적인 구입자를 찾는 것이 한 방법"이라며 "외국계 은행도 참가하는 M&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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