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유학생활도 이젠 많이 달라져.. 공근식씨는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졸업
만학도 유학생활도 이젠 많이 달라져.. 공근식씨는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졸업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8.0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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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학 초창기부터 만학의 꿈을 펼치는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어려운 생활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유학 자체가 비극으로 끝난 경우도 있었지만, 농사꾼 출신 유학생 공근식씨(46)은 제대로 꿈을 이룬 듯하다.

배재대학에 따르면 충북 영동군 심천면이 고향인 공씨는 집안 사정으로 고교 진학의 꿈마저 접어야 했지만, 억척스럽게 수박 농사를 지으며 공부한 덕에 지난 2004년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때 나이가 34세.

그 계기가 된 건 2002년 태풍이었다. 태풍은 그의 수박 밭을 휩쓸고 갔고, 다행히 군이 그 터를 매입하면서 그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다른 곳에서 농사를 계속 짓느냐, 아예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느냐고 고민하던 중 야학에서 만난 카이스트 박사 과정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선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공씨는 또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배재대학에서 뒤늦게 공부의 맛을 알아갈 즈음, 러시아에서 교환교수로 온 고려인 교수가 러시아 유학을 권한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3학년 휴학을 한 뒤 2010년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시작한 러시아 유학은 러시아의 물리학 분야 명문 대학인 모스크바물리기술원에서 1년간의 예비과정을 포함, 6년만에 우등졸업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배재대학을 찾은 그는 은사와 동료들에게 쉽지 않았던 유학 생활은 털어놓았다고 한다. 언어 장벽 때문에 모든 강의 내용을 녹음한 후 수십 번씩 반복해 들으며 공부했다. "러시아 문법은 영어와 다른데다 수업이 타이트하다. 나이 탓에 기억력도 떨어지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려, 모든 수업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후 수십 번 반복해서 들으며 공부했다"고.

그 결과는 3학년 때부터 전학기 전과목 ‘A+’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공씨는 ‘화학변화를 고려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향상 계량화’라는 논문으로 최우수 졸업논문 평가도 받았다. 그의 인생 스토리는 지난 5월 러시아에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격월간지 '자유로운 비행'에 커버스토리로도 소개됐다.

그는 내달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한다. 한국이 취약한 분야인 ‘극초음속(hi-hypersonic)’ 분야를 전공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연구 분야에 대해 항공·미사일 분야 필수 기술인 마하 30-100 미만의 플라즈마 현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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