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시리아 휴전 협상장에서 미-러시아가 피자와 보드카를 쏜 까닭?
제네바 시리아 휴전 협상장에서 미-러시아가 피자와 보드카를 쏜 까닭?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9.18 0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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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부터 받은 피자를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가운데) 사진: 외교부 대변인 마리아 자카로바 페이스북


기자들에게 보드카를 나눠주는 러시아 외교부 직원들. 사진: 에고르 피스쿠노프 페이스북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은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노가다'라고 부른다. 3D 직종 중에서도 가장 하천한 직업인 '노가다'에는 몸으로 때운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실이다. 방송 화면에서 가끔 봐왔을 테지만, 기자들은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현장을 지킨다. 그래서 기합을 받듯이 '뻗치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롯데그룹의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이 터졌을 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 한쪽에는 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누군가 나오고 들어가기를 기다린다. 24시간 한 순간도 그 자리를 비울 수가 없기에 그 한쪽에서는 여기자들이 쪼그리고 앉아 컵라면을 먹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장면을 국제무대로 옮기면 기자들의 '뻗치기'는 더 고달프다. 지난 9일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휴전에 합의했던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협상장. 너무 오래 기다린 기자들을 위해 양국이 각각 피자와 보드카를 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훈훈한 미담이 아닐까?

외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9일 제네바에서 9시간의 마라톤 협의 끝에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금방 타결될 것 같던 협상이 계속 늦춰지면서 기자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든 것. 그나마 외무장관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중간중간 브리핑을 듣기에 무작정 기다린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외무부 관계자들이 “금방 타결된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을 수차례 하면서 기자들을 애타게 했다. 양국 장관 차원에서는 일찌감치 타결이 됐지만, 각각 본국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본국에서 최종 결정이 늦어져 러시아 측도 덩달아 기다렸다고 한다. 

미안해진 미국은 파트너인 러시아측에 사과의 의미로 피자 여러 판을 건넸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당사자들보다 기자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이 피자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피자만 주기에 그러니, 러시아측은 보드카를 기자들에게 추가로 건넸다고 한다. 미국은 피자, 러시아는 보드카를 고생한 기자들에게 쏜 셈이다. 

국제회의장에서 이처럼 피자와 보드카가 오가는 정겨운 장면은 드물다. 그만큼 미-러 양측이 시리아 휴전협상안 타결에 만족했다는 뜻인데, 시리아 전선에서도 정부군과 반군간에 의미있는 만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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