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단골 이슈로 떠오른 러시아 문화원 비리, 언제까지 부끄러워해야 하나?
국감 단골 이슈로 떠오른 러시아 문화원 비리, 언제까지 부끄러워해야 하나?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09.27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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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빠지지 않고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문화원 비리문제가 보도자료에 뜬다. 국회 외통위나 교문위 소속 의원이 이 문제를 짚고 나오니, 러시아 교민들이나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4.13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이번 국회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문화 홍보의 전진기지인 재외한국문화원이 ‘비리문화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교문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 퍼지고, 그 핵심으로 러시아 문화원 비리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문화원의 경우 초대 원장부터 올해 5월 파면당한 4대 원장까지 전부 비리로 처벌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초대 원장 A씨(2006~08년)와 2대 원장 B씨(2008~11년)는 각각 수천만 원대의 횡령을 저질렀고, 3대 원장 C씨(2011~15년)는 아내와 딸을 각각 문화원 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세종학당의 전임강사와 문화원 행정 직원으로 채용해 약 1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파악한 주러시아 대사가 바로 잡을 것을 경고했지만 그는 계속 버텼다. 4대 원장 D씨(2015~올해 5월) 역시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파면 당했다. 

자료에 따르면 25개국에서 총 29개소를 운영 중인 재외 문화원에서 최근 4년 동안(2012~15) 11건의 회계 처리나 채용 관련 비리가 불거졌다. 그중에서도 러시아 문화원에서는 왜 원장의 횡령 및 친인척 채용 비리, 채용 과정 불투명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가?

우선 원장의 자질 문제다. 현지 주재 특파원 출신에 교수 출신 원장은 현지 사정을 잘 안다는 이유로, 또 현지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알면서도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감독 체제의 허술함이다. 문화원장은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끼어 있다. 문화원장의 임용 권한은 외교부가, 예산 집행은 문체부가 담당하면서 문화원은 관리 감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원이 재외 공관 소속 기관으로 대사, 총영사 등 공관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건물, 예산, 직원들이 문체부 소관이라서 공관장의 지휘권이 약해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파견된 문화원장을 빼고는 직원들이 현지 계약직으로 채용돼, 인사권을 가진 원장의 잘못을 알더라도 문제 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문화나 홍보 등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부처의 문화원장 임용 비율이 높아지며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더해지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선발의 공정성을 이유로 외교부나 기획재정부 등 실제 업무와 무관한 부처에서 심사위원회에 참석하다 보니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사의 발탁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문화원을 보는 시각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다.

박경미 의원은 “일본(외무성), 중국(문화부), 프랑스(외무부), 미국(국무부)처럼 문화원의 책임을 확실히 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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