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러시아로 떠난 이유가 뭘까? 우선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수 백장 짜리 제안서 작업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단 한 차례의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주고 받은 고객사가 ‘예쁘게 제안서 초안’을 만들어 미팅을 하자고 요구하는 관행을 참지 못했다.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분석이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요구하니, 한국에서 지적자산을 제대로 인정해주기나 하느냐고 묻는다. 그 이유를 천씨는 “인터넷에서 뭐든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 한계도 걸림돌이 됐다. 자금 조달력이 있고 투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IB(투자은행)는 넘어서기 힘든 경쟁자였다.
이 때 한 유럽 회사서 이직 제의를 받았다. 문제는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냐 러시아의 모스크바였다. 그는 결국 모스크바를 택했다. 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 에너지와 잠재력, 한국을 키워드로 잡아 두 곳을 대상으로 득실을 따졌더니, 러시아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 잘 왔다고 느낀다. 러시아는 IT기술·개발자 역량 등은 매우 뛰어난 데 서비스나 응용기술은 부족해 한국인이 비집고 들어가 일할 만한 곳이고, 미국과 일본 중국 같은 곳은 이미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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