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동유럽 의과대학에 유학을 가는 까닭? 그 결과는?
러시아 등 동유럽 의과대학에 유학을 가는 까닭? 그 결과는?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10.1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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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높은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쉽지 않다. 국내에서 의과대학 입학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손쉽게 의사면허증을 딴다는 소리에 러시아와 동유럽으로 유학을 떠나는데, 실패율도 높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모 신문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뉴스에는 “쉽게 의사 자격증 따려는 마음으로 섣불리 유학을 떠났다가는 큰 코 다치기 딱 좋습니다. 졸업률 90%요? 실제로는 절반이상 졸업하기도 힘든 곳이에요.”라는 헝가리 데브레첸 의대생 A(23)씨의 말이 올라 있다.

이 뉴스에 따르면 3년 전 국내 의대 입학에 실패한 A씨는 유학원을 통해 해외 의대 입학을 준비했다.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은 동유럽. 당시 러시아 헝가리 우즈벡 등 구 공산권 의대 입학을 전문으로 하는 유학원들은 미국과 독일 등에 비해 입학 시험의 난이도가 비교적 낮고, 학비도 연 1000만원대로 저렴하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인증을 받아 졸업 후 국내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참담하다. 러시아 등 구 공산권 의대 졸업생들은 1차 필기와 2차 실기로 이루어진 예비시험 통과 한 뒤 1, 2차의 국가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국시원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외국 의대 졸업 후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은 59명에 불과하다. 현재도 구공산권에서 의대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이 40여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들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

그런데 왜 그쪽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을까? 우선 우리와 달리 입학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학원들이 수강료 1000만~1500만원의 6개월 단기코스를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생물학·화학·물리학·영어 기초 실력만 다져도 시험은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입학한 후부터다. 심화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벼락치기로 입학시험만 준비한 유학생들에게는 따라가기 버거운 난이도다. 언어장벽으로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따른다. 유학원 등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헝가리 우즈벡 등 구 공산권 의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약 4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헝가리 페치의대와 올해 키르키스스탄 국립의대가 국시원 인증을 추가로 받으며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이 의과대학에서 졸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의대도 졸업이 쉽지 않지만, 외국 의대는 더욱 어렵다. 헝가리 데브레첸 의대에 다니는 B씨는 “한국인 유학생 중 절반이 졸업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졸업하기도 힘들지만, 유학뒤 국내에 들어오면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한다. 국내 의사면허시험이다. 예비시험과 의사면허시험등 진짜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국내 의과대학생에 비하면 3배, 4배 고통스럽다. 입학이 쉽다고 손쉽게 떠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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