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해본 악몽의 인질극 52시간
재구성해본 악몽의 인질극 52시간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9.05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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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엇습니다. 학교를 점령한 인질범들의 무모한 행동과 이에 못지 않는 러시아 당국의 대응으로 인질극은 참극으로 끝났습니다. 왜 무슨 일이 그간에 벌어진 것일까요? 한국일보가 목격자들의 말을 바탕으로 인질극 52시간을 재구성했습니다.


9월1일 베슬란1학교 운동장에서는 1,000여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학식이 열렸다. 첫날이어서 학부모들도 많이 참석했고 인질이 많았던 이유다. 오전10시20분 갑자기 20여명의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하며 순식간에 학교를 점거했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괴한 중에는 여자도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을 체육관으로 몰아 넣었다. 도망치는 이에게는 총을 마구 쏘아댔다. 괴한들은 사람들에게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바닥에 쭈그려 앉게 했다.

또 서로 연결된 20여 개의 폭발물을 벽과 바닥에 설치하는 등 체육관을 폭탄창고로 만들었다. 농구대에도 폭발물을 걸어놓았다.

오전 11시49분 무장 괴한들은 “러시아군이 무력진압을 할 경우 건물을 폭발시키겠다“며 요구 사항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오후 2시16분 북오세티야 무슬림 대표가 중재에 나섰지만 인질범들은 협상을 거부했다.

2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UN)안보리 긴급이사회가 소집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배고픔과 갈증에 못 견딘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일부 아이들이 자신의 오줌을 신발에 받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힘이 빠진 듯 울음소리마저 멈췄다. 어떤 아이들은 심한 발작증세를 보였다.

오전 10시15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질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17분 인질범들은 아이들 15명과 여성11명을 풀어줬다.

3일 오후 1시8분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들의 무력진압 작전이 개시됐다. 구조대의 시체 수습용 차량들이 도착한 직후 2차례 폭발음과 자동화기 발사음이 울렸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학교건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 듯한 총성 속에서 부상한 어린이와 여성 등 30여명의 인질들이 체육관밖으로 빠져 나왔다. 인질범들은 이들에게 사격을 가했고, 특수부대도 응사했다.

2차례의 폭발음이 울린 지 50분 후 또 다른 폭발음이 들렸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교내로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인질범 5명이 사망했다. 진압 요원들은 체육관 창문사이의 벽면을 폭파해 구멍을 뚫고 구출작전에 나섰다.

진압작전이 개시된 지 2시간 후 인질범들이 달아났고, 특수부대는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체육관 내에는 폭발과 총격으로 인해 죽은 220여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작전개시 9시간 후 특수부대 지휘관인 빅토르 소볼레프 장군은 사태종결을 발표했다.

그후 총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여기저기 시체가 즐비한 아수라장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들 것 위에 앉아있거나 물을 마셨다. 배고픔과 갈등에 못견딘 아이들은 친국가 죽을 줄도 모르고 부모품에 안겨 안도하면 배고품과 갈증을 해소했다.

인질들이 잡혀있던 학교체육관은 지붕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고, 뻥 뚫린 체육관 벽의 구멍사이로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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