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아이들 이름도 못대고 정상생활 불가능...
공포에 질린 아이들 이름도 못대고 정상생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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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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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희생자 333명의 첫 장례식이 시작되자 베슬란은 아이 잃은 엄마들의 통곡에 잠겼다. 시 당국은 합동장례식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희생자수가 갈수록 늘어나자 포기했다.

베슬란 인근의 수도 블라디카프카스 중심가에 차려진 사고대책본부에는 아이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 등 수천명이 애타게 헤매고 있었다. 시신안치소 앞에도 혹시나 가족들의 시신이 있을까 걱정한 이들 수백명이 줄지어 있었다.

시신들은 검은 시체주머니나 신원확인이 쉬운 투명한 비닐 등에 싸여 놓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사지가 잘리는 등 심하게 훼손돼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중 대부분이 어린아이나 여성의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부상·사망자 명단에서 아이들을 찾지 못한 부모들은 사진을 들고 아이들의 행방을 애타게 수소문했다.

이날 새벽 유가족 일부는 불도저로 정리된 체육관 현장접근을 허가받았다. 일부는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흐느꼈으나 몇몇은 들어가자마자 울며 뛰쳐나왔다.

블라디카프카스 병원에 이송된 대부분의 부상자들은 이름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리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의사들은 사진을 촬영해 병원 벽에 인상착의 및 부상 정도를 알리는 글과 함께 붙여놓았다.

병원장은 “많은 생존 아동들이 넋이 나간 상태”라며 “향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상으로 입원중인 한 소년은 “다시는 베슬란이나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눈을 감을 때마다 수염을 기른 인질범이 떠올라 괴로워한다”면서 “기진한 상태에서도 잠을 자지 않으려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슬란 지방정부는 사고 학교의 건물을 허문 자리에 새 학교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외신들은 그러나 아이들이 사라진 베슬란 거리에는 정적만 감돌았다고 전했다.

베슬란 주민들은 당국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유가족 비보 주세프는 “이번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책임”이라면서 “사태 발생 직후 인질 숫자를 속였고, 이번에는 사망자 숫자까지 속이려 들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앞서 인질범 중 일부는 도주 중 시민들에 의해 발각된 뒤 구타당해 숨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30여명의 인질범이 북오세티아 검문소를 무사통과한 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익명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계자의 말을 인용, 무장세력이 인질극에 앞서 지난 여름 학교 체육관에 탄약과 폭발물 등 무기를 미리 은닉해 놓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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