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잡혀있다가 탈출했다
난 이렇게 잡혀있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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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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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괴한이 인질들 앞에서 사살한 남자의 시체를 일으켜세운 채 소리를 질렀어요.‘만약 애들이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또 하나를 죽인다.’그의 주머니는 탄약과 수류탄으로 불룩했습니다. 아이들이 잠을 못 자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실신해 쓰러질 때도 괴한들은 냉혈한처럼 코웃음을 쳤습니다.”

지난 3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한 학교에 인질로 잡혀 있다 구출돼 병원에 입원한 알라 가디에예바(24)는 4일 악몽과 같은 52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개학 첫날 어머니 이리나와 함께 학교로 가 아들 자우르를 운동장에서 교실로 들여 보내려는 순간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 5명의 무장세력이 공중에 총을 쏘아대며 운동장에 들이닥쳤고 사람들을 학교건물 안으로 몰았다.

인질범들은 가장 먼저 휴대폰을 빼앗으며 “휴대폰 숨긴 것이 발각되면 주위의 20명을 쏘아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체육관 천장, 마루, 벽에 폭탄이 설치됐다.

첫날 인질들은 약간의 물을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음식은 없었다. 그러나 둘째날 알라가 어머니를 위해 인질범들에게 물을 좀 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웃기만 했다. 아이들이 쓰러져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오줌을 받아 먹으라고 윽박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극도의 공포 속에 시간이 흘러 사흘째 되던 날 정오를 조금 지났을 무렵 폭발이 있었다. 잠시 후 구급요원들이 들이닥쳐 인질범에 의해 처형된 시체들을 밖으로 실어 날랐다.

전투는 격렬해졌고 인질범들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들은 인질들을 체육관 밖으로 몰고 나가 지하실에 가두려 했다. 이 틈에 인질들이 탈출을 시도했다. 창문을 부수고 달아나면서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아이들을 창밖으로 밀쳤다.

알라와 인질들이 체육관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바닥에는 인질범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문앞에 도달했을 때 러시아 군인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알라는 “처음엔 이들이 체첸반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이제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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