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외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러 하원?
푸틴의 외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러 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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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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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통령이지만 마음대로 국토를 중국에 넘겨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40여년 동안 끌어온 국경분쟁을 종식시킨 데 대해 국내에서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극동지역의 영토 일부를 중국에 양보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합의로 하바로프스크 인근 아무르강 위에 있는 타라바로프(중국명 인룽·銀龍)섬 전체와 볼쇼이 우수리스크섬의 일부를 중국에 넘겨줘야 한다. 총면적은 서울의 절반이 넘는337km². 두 섬에는 비옥한 농지가 있어 인근 마을의 러시아 농민들이 국경경비대의 경호를 받으며 농사를 짓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1964년부터 두 섬의 영유권을 놓고 다퉈왔다. 1991년 아무르강 일대의 국경을 획정할 때도 이곳의 영유권만은 남겨 놓았다.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지만 서로 자국 영토로 지도에 표시하고 있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러시아 하원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불러 섬을 양보하게 된 경위를 따질 계획이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외교위원장은 “두 섬의 양보로 얻어낸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친여 세력이 의석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하원이 ‘황제’ 같은 권위의 푸틴 대통령이 내린 결정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러시아는 시베리아 송유관 및 가스관의 중국 연결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그 대신 영토를 ‘선물’로 줬다는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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