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인터뷰한 중국 소녀의 꿈
푸틴을 인터뷰한 중국 소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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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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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정상회담을 앞두면 특별 기자회견을 갖는 게 통례다. 한-러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러시아 언론이 만나 방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면 주로 주모스크바 특파원들이 합동으로 크렘린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는다.

한-러 정상회담뿐만이 아니다. 푸틴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 중국언론대표단이 크렘린에서 푸틴과 만났다.

그때의 이야기다.

“앞으로 두 따님들도 정치를 하게 할 생각인가요?”
푸틴 대통령의 입가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시종일관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를 ‘웃긴’ 사람은 중국에서 날아온 16살의 소녀 기자 리징 (李晶)이다.

지난 10월11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는 푸틴의 방중 5일여를 앞두고 중국 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푸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등 관영매체 기자들 외에 유일한 미성년자 기자인 리징이 ‘어른’ 기자들과 함께 참가했다. 중국 청소년 잡지 기자인 그는 이날 푸틴을 웃게 만든 ‘능력과 재치 있는’ 기자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리징은 푸틴에게 두 가지 질문밖에 하지 못했으나 이를 준비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이미 중국 국가주석인 후진타오를 취재한 경력이 있는 리징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 기자다.

지난해 우연히 푸틴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그를 직접 인터뷰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푸틴의 막내딸이 중국어를 배우며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내용을 접하고는,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당돌한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이 야무지고 당돌한 소녀 기자는 즉각 푸틴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신은 베이징의 한 예술단의 첼로 연주자로서 기회가 되면 푸틴의 딸과 중-러 청소년 우호를 위해 합동 첼로 연주회를 열고 싶으며, 기자로서 푸틴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즉시 회답을 받지는 못했다. 리징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푸틴의 홈페이지를 통해 취재 요청 이메일을 계속 보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드디어 리징은 주중국 러시아 대사관쪽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푸틴이 리징의 취재 요청 서한을 받고,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11일, 드디어 리징은 러시아 크레믈린궁에서 푸틴과 대면을 했다. “푸틴 대통령님, 왜 당신은 커서 정치를 하게 되었나요? 가장 기쁠 때와 괴로울 때는 언제였나요?” 리징의 귀여운 질문들이 쏟아지자 푸틴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만한 나이에는 도전정신이 최고다. 언젠가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 한국 학생이 전세계 유명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청소년들은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하는지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의외로 많은 유명인사들이 답신을 해왔다고 했다. 그 답신을 모아 청소션들을
꿈을 키우는 무슨무슨 제목의 책도 폈다고 들었다. 그 유학생은 전세계의 주요 대통령, 총리, 재벌 총수, 예술가 들로부터 그 답신을 받았으니, 무엇으로도 바꿀 수없는 경험을 했으리라.

마찬가지로 리징은 푸틴이라는 넘지 못할 벽에 도전해 결국 인터뷰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앞으로 무엇을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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