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공동체 만들려면 러시아 협력 끌어내야-이병화 심의관
동북아 공동체 만들려면 러시아 협력 끌어내야-이병화 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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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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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릴보에 이병화 외교통상부 구주국 심의관의 글이 실렸습니다. 내생각엔 하는 코너인데, 주러 대사관에 근무한 경험을 가진 분이라 그 시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링보 펌]

최근 동북아 국가 간 협력모델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동북아시아에도 유럽과 같은 공동체적 기운을 북돋워 역내 평화와 번영에 나서자는 논의다. 이 논의의 과정에서 요즘 핵심적 협력국가로 등장하는 나라가 러시아다.

그만큼 러시아가 향후 동북아의 핵심적 플레이어로서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지난 냉전기를 포함해 수십년 동안 협력상황을 확대발전시켜온 러.유럽연합(EU)의 협력사례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러시아와 EU는 과거 수백년간 숱한 전쟁과 갈등을 겪어 왔으며 20세기에는 치열한 이념대결을 벌여왔다. 그러나 소련 몰락 후 상호의존적 관계로 전환되면서 에너지.통상 등 실질협력을 견고히 해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1일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으로 EU는 러시아와 '새로운 이웃' 관계가 되었으며, 확대된 EU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EU.러시아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EU는 러시아와 다자무대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다수의 EU 회원국들은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으로서 '나토-러시아위원회'등 각급 협력채널을 통해 군사분야의 신뢰구축과 공동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나토는 군사동맹기구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국제안보협력기구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이에는 러시아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동북아시대의 주역을 지향하면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대화를 모색해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의 역할, 그리고 그 틀 안에서의 유럽-러시아 간 협력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EU와 러시아는 동반자협력협정(PCA)을 초석으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가고 있으며,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경제.안보.문화.사법 분야를 망라하는 전략적 동반자관계 협정(SPA)을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러시아와 기본조약에 기반을 두고, 앞으로의 경제통상분야 협력 비전을 담는 행동계획(action plan)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현재 상호 신뢰와 호혜에 바탕을 둔 포괄적 동반자 관계다. 이는 한국도 러시아를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지역 평화안정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은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러시아와 안보대화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EU는 러시아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을 지난 5월 완결하고 상호 시장접근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공동경제영역(CES) 협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EU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의 WTO 가입을 위한 상품분야협상을 지난 9월 타결했으며, 한.러 양국은 중장기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 방안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 대외무역의 51%를 EU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가스 수입량의 45%, 프랑스는 25%, 핀란드는 10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등 EU는 러시아에 대부분의 가스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다. 양측은 보다 장기 안정적인 수급망 구축을 위해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 가스를 개발하여 EU에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러시아와 동시베리아.극동지역의 유전.가스 공동개발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정 분야에서 한.EU 간 합작투자 가능성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U가 채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대외 협력사업 중 러시아 북서부 지역발전을 위한 북방협력사업(Northern Dimension 사업)이 있으며, 이를 통해 EU는 하수처리공장 건설, 해양환경보전, 마약통제, 에이즈 확산 방지 등 지원을 도모하면서 EU와 러시아 양측의 공동이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1990년대 초 러시아 극동해역의 핵폐기물 처리 사업에 한국의 지원사업이 모색된 바 있는데, 이는 EU의 상기 사업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러시아는 지난 수백년간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하는 전통과 역사를 가꾸어 왔다. 우리도 EU.러시아 간 협력과정을 주시하면서 한.러 간 주요 과제인 TSR/TKR 철도연결, 무역 투자 증진, 가스.유전개발 등 사업을 호혜적으로 풀어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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