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회가 나서서 대통령을 정하나?
결국 의회가 나서서 대통령을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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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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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세르비아, 2003년 그루지야에서와 같은 ‘무혈혁명’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일어날까?

지난 21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이후 부정선거를 둘러싸고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슈첸코(50) 전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물결이 수도 키예프와 일부 지방도시를 휩쓸면서 지난 15년 동안 다른 옛소련 구성국처럼 정치적 격변을 겪지 않았던 우크라이나가 결과를 예측키 어려운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54) 총리에 11%를 앞섰던 유슈첸코 전 총리가 개표결과에서는 3% 뒤졌다는 공식발표에 격분한 시민 학생 지식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23일에는 자정가까운 시각까지 20여만명이 평화시위를 벌였다.

4개 지방도시가 선거결과 불복종 대열에 섰고, 우크라이나 외교관 150명도 유슈첸코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등 시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쪽 국제감시단이 확인한 선거부정을 근거로 개혁적이고 친서방적인 인물들이 중심에 서서 옛소련 관료였던 현 집권층을 상대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점은 1년 전 그루지야의 시위상황과 비슷하다. 특히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대학생 조직 ‘포라’는 그루지야 시위의 중심에 섰던 ‘크마라’처럼 세르비아의 젊은 운동가 그룹 ‘옵토르’로부터 시위방식과 전술 등을 교육받은 그룹이다.

그러나 외견상의 이런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인구 4800만의 우크라이나는 5백만의 그루지야나 8백만의 세르비아에 비해 훨씬 큰 나라고, 정부조직이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시위의 중심에 선 유슈첸코 후보가, 시위대를 이끌고 의사당을 점거할 정도로 저돌적인 그루지야의 야당 지도자 사카슈빌리(현 대통령)와는 달리 은행가 출신의 신중한 사람이라는 점도 다르다.

야누코비치 총리의 선거승리를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와 벨로루시 두 나라뿐이고, 유럽연합 국가들이 대사들을 소환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하듯 동-서 대리전 양상으로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평화적 타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로선 여야의 어느 쪽도 확고한 다수의석을 점하지 못하고 있는 450석의 우크라이나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겨레신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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