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 재선거로 위기를 타개하나
우크라이나 위기 재선거로 위기를 타개하나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12.01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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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위기관리 방식이 주목을 끈다. 대통령 선거 부정 시비로 동서 혹은 남북 분열 위기를 맞은 우크라이나는 위기 타개를 위해 대통령 선거 재선거 실시 쪽으로 타협점을 모색했으나 재선거의 방식을 둘러싸고 또 다시 논란에 휩싸여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다.

장기집권끝에 퇴임하는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하에 향후 정치판을 다시 짜려는 의도로 몇가지 위기타개 방안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게 재선거. 자신이 선택한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 등과 함께 재선거로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재선거’방식을 놓고 다시 위기에 빠졌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30일 “대법원이 선거 무효 판결을 내리면 승복하겠다”면서도 재선거에는 자신과 유시첸코 후보 모두 불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대법원이 선거 결과를 인정해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유시첸코 후보에게 총리직을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쿠츠마 대통령과 야누코비치 후보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지만 이같은 결과를 전망하기 힘들다.

유시첸코 후보는 즉각 총리직 제의를 거부하고 자신도 참가한 가운데 재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상대후보의 참여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은 재선거에 나가 대통령이 되야겠다는 뜻이다.

쿠치마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유시첸코후보나, 부정선거로 이미지를 깎아먹은 야누코비치 후보를 뺀 상태에서, 제3의 후보를 내세워 정치판을 다시 짜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재선거에는 야누코비치 후보보다 이미지가 좋고 경쟁력이 있는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러시아 언론은 30일 “쿠치마 대통령이 이미 세르게이 티기프코 전 중앙은행 총재를 새 후보로 점찍었다”고 보도했다. 야누코비치 후보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29일 선거운동본부장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27일에 이어 특별 회의를 소집한 우크라이나 의회(라다)는 야누코비치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450표 가운데 196표에 그쳐 불발에 그쳤다. 이는 유누코비치 총리에 대한 현 집권층의 지지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산당은 기권했다. 이번 표결은 야누코비치를 비롯한 내각 불신임외에도 유시첸코 후보의 시위에 반발해 자치(분리)를 추진했던 도네츠크, 루간스크 등 주지사에 대한 해임이 그 내용이었다.

재선거 방식에 대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유시첸코 후보의 지지자들은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자 일부 관측자들은 유시첸코 후보가 재선거를 통한 합법적 권력 이양보다 시민혁명을 통한 권력 장악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가 실시한 여론조사(러시아인 5천243명)결과 응답자의 63%는 두 후보 모두 재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태로 볼 때 그루지야와 같은 시민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동서 혹은 남북으로 분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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