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위대의 잔다르크 떴다?
우크라이나 시위대의 잔다르크 떴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12.0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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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펌

우크라이나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부당수 율리야 티모셴코(44.여)를 서방 언론들이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부르고 있다.

티모셴코는 밝은 불꽃 빛깔의 금발에 하얀 피부, 가느다란 몸매에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미녀다. 간결하면서 메시지가 선명한 선동연설로 시위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혹한 속에서도 수만명의 시위대가 열흘 가까이 흩어지지 않는 열기와 단합을 보이는 데는 잔다르크의 마력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티모셴코는 대선 직후 야당 대통령 후보인 유시첸코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승리를 도둑맞지 않게 모이자. 정부 청사 주요 빌딩을 포위하자"며 시위대를 규합했다. 이어 시위대를 대통령궁으로 몰아가던 중 진압 경찰과 대치하자 경찰 지휘자와 면담한 뒤 시위대를 향해 "힘으로 경찰을 밀어붙이지 말자. 그들 뒤에는 총을 쏠 준비가 돼 있는 러시아 군인이 있다"며 무력충돌을 막아냈다.

티모셴코는 야당 대선 후보 유시첸코의 가슴과 입을 대신하고 있다. 유시첸코가 공식적이고 신중한 발언만 골라함으로써 '합리적이고 협상 가능한 신사'라는 이미지를 지키는 반면 티모셴코는 그의 속마음, 시위대에 호소하는 선동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한 동부 지역 출신인 티모셴코는 1980년대 초 대학을 마치자마자 시아버지와 함께 영화 판권을 파는 사업을 벌였다. 수완이 뛰어난 그는 사회주의권 붕괴 과정에서 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고, 98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99년 유시첸코 총리 시절 부총리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부총리 시절 에너지 분야의 부패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쿠치마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파면당했다. 검찰이 "석유와 가스 등을 밀매한다"는 혐의로 구속수사했지만 무혐의로 밝혀져 풀려났다. 당시 그의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었다.

풀려나자마자 티모셴코는 정당을 만들어 반정부 활동을 벌였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유시첸코와 야당연합을 형성, 2인자로 활약해 왔다. 유시첸코가 대통령이 될 경우 티모셴코는 총리직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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