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보는 독특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부
한겨레가 보는 독특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부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12.03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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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겨레적인 시각은 재밋다.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한겨레 기자의 글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맛이 있다.

전통산업세력과 금융세력의 충돌 미국의 오랜 노력이 배후에 깔려 있다는 등등의 대목은 한번 음미해볼만하다.


파국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1일 여야 후보의 재선거(또는 투표) 합의로 일단 진정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은 이날 두 후보 및 국제 중재자들과 회의를 한 후 당사자 모두가 결선투표를 하는데 필요한 헌법 개정 문제를 다룰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협상에서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는 또 지지자들이 정부청사 봉쇄를 끝내도록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쪽은 대통령 선거 자체를 전면 재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은 야누코비치, 유시첸코 두 후보의 결선투표만 다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민주 대 반민주냐, 친러 대 친서방이냐=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중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다. 이는 대부분의 서방 언론이 구사한 분석으로, 야누코비치 총리가 부정선거 의혹을 뒤집어 쓴 채 구체제·권위주의의 대표자로 전락한 반면, 유시첸코 후보는 서구적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이번 사태를 미국과 러시아를 대신해 우크라이나 내부 친러시아파와 친서방진영이 치르는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이번 사태를 우크라이나의 전통 산업자본과 신흥 금융자본 사이의 한판 격돌로 보는 시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동부 중공업 중심지 도네츠크 주지사를 거친 야누코비치는 소련 붕괴 뒤 중공업 시설의 민영화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올리가르키(과두재벌)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반면 1993~99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던 유시첸코는 급진적인 자본시장 개방을 강조하며, 기존 과두재벌 체제의 해체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대표적 지지자로 꼽히는 율리아 티모셴코(44) 전 부총리 역시 1990년대 러시아와의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흥 과두재벌의 핵심 인물로, 영국 은 그의 재산이 1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 미국의 개입?=는 2일 “크렘린 정치고문 글레브 파블로프스키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을 실험한 뒤 이를 러시아에까지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야스트르젬브스키 유럽연합 주재 러시아 대사도 “(그루지야·벨로루시 등) 옛 소련권 국가에서 벌어졌던 것과 똑같은 일들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며 “이를 배후조종하고 뒷돈을 대는 세력 역시 같은 집단일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실제로 미 의회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민주주의재단(NED)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우크라이나 젊은이 550여명을 선발해 ‘젊은 대안’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들 상당수가 이번 대선에서 유시첸코 후보의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 나디아 디우크 중부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국장은 지난 5월12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의 현 집권세력은 과거 공산주의 시절의 집권세력과 같은 인물로 채워져 있으며, 11월 대선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친서방 진영에 가담하느냐 여부가 걸린 중요한 선거”라며, 친서방 야권후보 당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유시첸코 후보는 2001년 이 단체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며,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억만장자 환투기꾼 조지 소로스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뒤 거리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포라’(시간이 됐다는 뜻)라는 학생운동 조직은 소로스가 이끄는 열린사회재단(OSI) 등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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