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승전60주년 모스크바엔 남북정상회담 열린다?
러 승전60주년 모스크바엔 남북정상회담 열린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1.1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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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까.

러시아 정부가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할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60주년’ 행사에 한국과 북한을 모두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16일 일제히 “섣부른 추측”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남의 집 환갑잔치에 초청을 받았는데, 맞선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부담스러운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남북정상회담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와 절차가 굉장히 많다”며 “아직은 ‘빅뉴스(Big News)’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는 일단 적극적이다. 60년 만에 한번 있는 행사 취지도 그렇지만 승전국 패전국 가릴 것 없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이 올해 4월쯤 독일 방문을 추진 중이서 러시아를 함께 방문하는 데 일정상 무리도 없다.

관건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참석 여부다. 우선 김 위원장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 대외적으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의 국가원수로 돼 있어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다른 고위급 인사가 김정일 위원장 대신 참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일성 북한 주석이 이끌었던 88여단이 항일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 러시아 측이 이번 행사에 북한을 초청한 이유여서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5월 9일 이전에 북한 핵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고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 경우 북한은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일 이번 행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5월9일 행사는 러시아에서 최대규모 기념일이다. 러시아에서 ‘위대한 조국 전쟁’으로 불린다. 옛 소련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일본과도 전쟁을 벌였으나 승전기념일은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다.

1945년 5월 9일 옛 소련군 산하 제1우크라이나 전선군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입성했다. 이로써 나치 독일군이 점령했던 유럽지역 대부분이 연합군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날 소련 최고회의는 승전을 공식 선언했고 소련 지도자 스탈린은 승전을 선언하는 특별 연설을 했다.

올해 60주년 행사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005년의 가장 큰 의의는 2차 대전 승전 기념”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독일 등 주요 교전 당사국은 물론 남북한 등 55개국 정상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참석하기로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은 아직 참석 여부를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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