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홋카행 선박 북한수역에서 침몰-수색 북한해역서 실시
나홋카행 선박 북한수역에서 침몰-수색 북한해역서 실시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1.21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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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펀글

북한 수역에서의 한국 화물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한이 처음으로 남측 구조선에 바닷길을 열어준 것은 그동안의 남북관계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작업 어떻게 이루어졌나=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떠나 중국 칭다오(靑島)로 향하던 가림해운 소속 파이오니아나호가 북한 수역인 강원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동북방 257km 해상에서 침몰한 시간은 20일 오전 6시 반경.

침몰과 동시에 조난신호 발신장치가 작동돼 해양경찰청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해경은 사고 해역이 북한 수역이어서 신고를 접하고도 구조 인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해경은 오전 7시 23분경 통일부에 연락해 북한에 경비함정과 항공기 투입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하도록 부탁한 뒤 반응을 기다리며 실종자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해경의 연락을 받은 통일부는 낮 12시 40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판문점 연락관 간 통화와 접촉을 통해 남측 선박의 조난 사실을 북측에 알렸다. 그리고 남측 구조선박이 북측 수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오후 1시 20분경 북측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구조 선박의 제원 통보를 요청했고 남측 경비정에 대한 제원을 통보한 직후 영해 진입을 허용했다. 이에 해경은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대기 중이던 해경 구난구조함 삼봉호(5000t급)에 사고 해역으로 가도록 지시했다.

이어 오후 3시 40분경 김포공항에서는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가 이륙해 오후 4시 50분경 사고해역 상공에 도착한 뒤 40여분 간 수색을 벌였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철수했다.

삼봉호는 오후 8시 반경 현장에 도착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4∼5m의 높은 파고와 초속 15∼18m의 강풍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의미=통일부가 북한에 연락을 취한 것은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마련한 ‘북한관할수역 내 민간선박조난’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

이 매뉴얼에 따르면 북한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발생한 모든 조난사고에 대해 북측과 사전협의를 거쳐 구조작업을 하도록 했다.

해경 구난구조함이 5000t급으로 헬기를 탑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무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북측의 신속한 영해 진입 허용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남측 지역에서 표류하는 북측 선박을 구조해준 것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 강하다”며 “북측이 평소보다 훨씬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책=선원을 송출한 부산 동구 초량동 범진상운은 본사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실종자 수색지원 등 사고수습에 나섰다.

이 회사는 21일이나 22일 실종자 가족을 인솔해 러시아 나홋카 항으로 가 수색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사무실에는 사고 소식을 들은 실종 선원의 가족과 친지들이 속속 도착해 생존소식을 기다리며 애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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