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다시 보자-조선 일보 펌
우크라이나를 다시 보자-조선 일보 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2.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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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재조명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31일 1차 대통령선거, 11월 21일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 12월 26일 결선 재투표라는 우여곡절의 2개월 동안 우크라이나는 단연 세계 최대의 관심지였다. 우크라이나는 오렌지 혁명(민주혁명)을 성공으로 이끌며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역사의 도시에서 혁명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한 달여 동안 시위가 계속됐던 마이단 거리에서 독립광장으로 이어지는 시내 중심가는 빅토르 유셴코라는 야당 후보를 기적처럼 부활시킨 오렌지 혁명의 상징이 됐다.

국제사회는 유셴코 대통령 체제 이후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정착과 더불어 시장경제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선 기간 동안 심각한 국정혼란을 겪었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독립 이후 최대 국가 홍보를 한 셈이 됐다. 국제사회에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최대의 면적을 가진 나라이고 흑해(黑海) 등 주목받을 만한 유명 해안을 끼고 있으면서도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배제됐었다. 심지어 대부분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를 중앙아시아 회교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혼돈할 정도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세계인의 기억은 지난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대변됐다.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 발생국 정도로 인식했다. 키예프에서 드네프르강 상류 약 110km 정도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는 원자력 이용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사고로 각국에 핵(核)공포를 가져왔다. 국제사회는 핵재앙국, 버려진 나라 정도로 여겼다. 우습게도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선을 통해 근 20년 만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셈이다. 오렌지 혁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며 ‘방사능 오염국’이라는 악명을 떨친 계기를 마련했다.

1991년 소연방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국제사회에 명함을 내밀어왔다. 유럽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러시아와 유럽이 방관할 수 없는 전략지로 부각됐으면서도 양측의 지나친 견제로 기대만큼 발전을 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적으로도 유럽화·러시아화 경향을 두고 국론이 심각하게 갈린 채 혼돈의 역사를 살아왔다.

우크라이나는 한반도 3배에 이르는 영토를 갖고 있다. 인구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인 4760만명이 살고 있다. 국토의 80%가 경작 가능하며 천혜의 옥토를 지니고 있다. 석탄과 철광석, 티타늄 등 자원도 풍부하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시절 전체 산업의 25%, 군수산업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공업 중심지였다. 지난 99년 이후 매년 10%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해왔다.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로부터 40%에 이르는 에너지 의존율이 최대 문제지만 자립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세계 투자자문사의 일치된 견해다. 자원강국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러시아 못지않은 유럽 내 최대 소비 시장으로 다가올 잠재력이 충분한 나라다. 이미 미국과 독일 서방국이 우크라이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다시 봐야 할 시점이다. 오렌지 혁명을 이뤄낸 먼 나라로만 볼 게 아니라 우리가 투자하고 공략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정부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연구를 해야 하고, 기업들 역시 러시아에 버금가는 신흥시장으로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정병선 모스크바특파원 [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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