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유시첸코 대통령 반미 노선을 띄우다니...
우크라 유시첸코 대통령 반미 노선을 띄우다니...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2.27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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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원한 여당 후보를 재선거끝에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오렌지 혁명의 상징인 우크라이나 유시첸코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찮다. 그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고, 친미 친서방 노선을 걸을 것으로 모든 전문가들이 예상해왔으나 임기 초반의 행보는 역으로, 전문가들의 허를 찌르고 있다.

이란을 방문한 유시첸코 대통령이 미국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이라크에서 자국군을 뺄 것이라고 천명했다. 유시첸코가 아니라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듯하다. 그의 심정속에는 역시 슬라브피가 흐르고 있는 것일까? 아님 러시아와 미국을 아우르는 큰 정치를 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미시적인 분석이지만 서울신문이 이 부분은 이렇게 풀고 있다.

친서방을 표방한 빅터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고 이라크에서 병력을 뺄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미국이 결코 반기지 않을 이같은 행보의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은 이란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 핵 개발을 중단하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라크 안정화 계획이 완료되기도 전에 파병 규모로 6위인 우크라이나 군의 철수는 미국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그러나 유시첸코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는 유럽연합(EU)에의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U와 합의한 협력안을 이행하기 위한 개혁을 가속화할 것도 다짐했다.

EU는 21일 우크라이나의 경제개발을 위해 유럽의 투자은행으로부터 2억 5000만유로의 대출을 보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서의 부패와 조직범죄를 줄이고 선진국 수준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 목표 시기로 정한 2007년까지 예산적자와 피폐한 경제회복이 급선무다.

따라서 현재의 난관을 뚫기 위해 러시아나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유시첸코가 대통령 취임 다음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에 적극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유시첸코가 올 상반기 중 이란을 방문한다는 발표도 현실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란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유전개발·선적 및 우주항공산업 등에 공동투자,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라크에서의 병력 철수는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 사항이다. 게다가 공산당 등 야당이 유시첸코 취임 첫날부터 이라크에서의 병력 철수를 요구, 미국과의 관계 흔들기에 나섰다.

내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고 언젠가 철수할 병력이라면 조기에 발표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유럽이 이란과 이라크 정책에서 미국과 100%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시첸코의 과감한 결정에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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