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에 틈타 러 대외채무 많이 탕감해주라
유가급등에 틈타 러 대외채무 많이 탕감해주라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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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에서 빌린 4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조기 상환하는 대신 채무 일부를 탕감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AP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2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도입한 외채 153억 달러 중에서 남은 33억 달러를 3년이나 앞당겨 상환한데 이어 전체 외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파리클럽의 부채도 조기 상환할 뜻을 비쳐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제임스 월펜슨 전 세계은행 총재와의 면담에서 파리클럽 채무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었다.

상환 조건 협상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국내 정치 상황을 핑계 대며 채무 탕감부터 주장하고 나섰다. 이고르 슈발로프 대통령보좌관은 “러시아는 전액 상환할 능력이 되지만, 채무를 경감해주지 않는다면 이자 부담이 크다”며 “유권자에게 정부의 대외 협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 탕감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1998년 지불유예를 선언할 정도로 추락했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회복된 상태이다. 세계 석유수출 2위국인 러시아는 2000년 이후 유가 급등에 힘입어 지난해 경제성장률 7.1%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타고 있다.

꾸준히 오일머니가 유입된 결과 러시아 중앙은행의 보유외환고는 현재 1,344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다. 러시아가 IMF에 이어 파리클럽까지 외채 조기 상환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풍부한 외환 덕분이다.

파리클럽은 지난해 이라크의 부채를 탕감해준 바 있는데, 당시 이 결정을 두고 이라크가 잠재적 석유 부국이라는 점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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