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 키르기스에 부는 총선부정, 레몬혁명의 불길
중앙아 키르기스에 부는 총선부정, 레몬혁명의 불길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22 0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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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총선이 치러진 키르기스스탄에서 개표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로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 당연히 2003년 그루지야의 벨벳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떠올리게 된다. 서방언론들은 키르기스스탄의 사태를 '레몬혁명’ 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레몬은 키르기스의 상징이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키르기스는 좀 복잡하다. 전국적으로 1만7000여명이 항의집회에 참가하고 남부지방에선 유혈사태가 빚어졌지만 키르기스는 원래부터 인종갈등이 심한 곳이다. 파키스탄이나 타지크스탄하고 붙어 있고, 우즈벡인과 키르기스인들과 대립도 독립이후 심각해졌다.

그래서 시위대의 불만은 총선 부정뿐 아니라 남쪽에서 가난하게 사는 우즈벡인들의 생활에서 삮튼 것이기도 하다. 키르기스스탄계 민족이 사는 수도 비슈케크 등 북부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반면 우즈베키스탄계 민족이 중심인 남부는 오랜 세월 가난에 시달려왔다.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조심스럽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역시 “정부와 야당 모두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할 뿐 혁명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무장시위대 3000여명이 19일 남부 지방에 있는 제2의 도시 오슈의 지방청사를 장악하고 시위를 벌였다. 각목과 신나 등을 든 시위대는 “아카예프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사에 진입했다.

수도 비슈케크에서도 200여명의 시위대가 국제공항을 점거했으며, 남부 잘랄아바트에서는 시위대가 공항 활주로에서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남부 톡토굴에서는 시위대가 한때 군수와 지방검찰청장을 억류하기도 하는 등 남부쪽은 점차 상황이 심각해질 태세다.

잘랄아바트에서는 20일 주민 1만여명이 경찰서 등을 습격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 2000여명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버스를 몰고 경찰서로 돌진했고, 700여명은 주지사 집무실을 점거했다. 시위대와 경찰병력 충돌로 10여명이 숨졌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야당 지지자들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13일 실시된 총선 예·결선 투표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비난해 왔다. 선거를 감시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매표와 흑색선전, 여론조작 등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사태가 확산하자 아카예프 대통령이 이날 중앙선관위와 대법원에 부정선거를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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