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사태로 본 러시아 앞날
키르기스 사태로 본 러시아 앞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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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떤 대통령을 생각나게 한 대머리 아카예프 키르키스 대통령이 카자흐로 도피하고, 권력공백에 따른 무질서가 계속되면서 구 소련에서 독립한 CIS국가에서 '피플 파워’의 도미노 현상이 계속될 것인가 관심이다.

2003년 11월 그루지야의 ‘장미혁명’과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에 이어 24일 키르기스에선 ‘레몬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으로 14년을 집권해온 아스카르 아카예프 정권이 무너졌다.

모두 총선이나 대선 부정선거로 시민혁명이 촉발됐으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장기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당 1당 독재에서 시작된 민족주의 독재에 대한 자유화 선언이다.

그러나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그 공백을 메울 권력의 힘이 미약해 키르키스 전국에서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는 후유증이 적지 않아 과연 갑작스런 시민혁명이 유효한 것인지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키르키스 아카예프 대통령은 한때 개혁의 기수로 불렸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이후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창했지만 예의 독재자처럼 그도 권력욕에 사로잡혔다. 그는 2000년 대선에 출마했던 펠릭스 쿨로프 전 부총리를 구속시켰고 2002년에는 야당 의원의 구속에 항의하던 시위대에 발포, 6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후 가족 일가의 독재 체제를 강화, 국민과 야당의 불만이 고조됐다. 결국 지난 13일 총선에서 영구집권을 위해 선거 부정을 자행, 자신의 아들과 딸을 포함해 75석 대부분을 집권당이 차지하자 국민들의 분노가 일순 폭발했다.

키르기스 의회는 25일 야당 지도자인 쿠르만베크 바키예프를 임시 대통령겸 총리로 지명, 바키예프가 사실상 차기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는 수도 비슈케크 중앙광장에 모인 군중에 “마침내 우리에게 자유가 왔다.”며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카예프의 독재에 맞서다 투옥됐던 펠릭스 쿨로프 전 부총리는 치안장관에 임명됐다. 바키예프 임시 대통령은 “정부를 구성하고 특히 수도 등 국내의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히면서, 대법원이 지난 총선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림에 따라 “오는 6월 총선과 대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전 정권의 친러시아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보면 키르기스의 시민혁명이 민주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의 경우 미하일 사카쉬빌리,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등 야당 지도자들이 선거과정에서 친서방·민주화를 역설했지만, 키르기스 야당 지도자들은 어떤 성향과 노선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다.

의외로 친 러시아 독재 가능성도 있다. CIS국가들이 독립하면서 민족주의와 반 러시아를 내세웠고, 이에 반대하는 키르기스 야당은 구소련 엘리트 고위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카예프는 그러나 자신이 사임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야당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아카예프는 “유혈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나라를 떠나 있는 것”이며 곧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아카예프의 러시아 망명 가능성을 시사해 포스트 아카예프의 성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설도 있다.

키르기스 사태가 다른 국가로 옮겨붙을까?? 가능성이 높다. 키르기스의 경우 중앙아시아 특유의 민족성이나 민족분쟁 가능성 때문에 정권 전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으나 시민들의 변화 욕구는 에상보다 거세다. 그런 조짐은 우즈벡이나 유혈사태중인 타지크도 마찬가지다. 투르크멘 이나 벨로루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들 국가는 지도부가 부정부패를 저질렀느나에 따라 피플 파워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러시아도 시민혁명이 가능할까? 2008년 임기가 끝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크렘린 일각에선 진행되는 대통령 3선 논의가 시민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 의외로 후폭풍이 거셀 수도 있다. 하지만 서방측이 기대하듯 친서방적인 시민혁명은 러시아 자존심상 불가능하다. 아직도 예측이 불가능한 곳이 러시아의 앞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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