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키르기스 아카예프 대통령 축출은 미국의 음모?
한겨레-키르기스 아카예프 대통령 축출은 미국의 음모?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27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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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에 밀려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축출되는 과정에 미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문서가 공개돼 관심을 끈다.

키르기스 관영 카바르통신이 입수해 최근 공개한 스티븐 영 키르기스 주재 미국 대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키르기스 야당 정치권 지도자들과 긴밀히 만나면서 총선 이후 정국을 준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영 대사는 지난해 12월30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 이후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아카예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도록 압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키르기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의 역학관계에 대해 분석한 뒤 “미국과 키르기스 관계의 효과적인 발전을 위해 총리 출신의 쿠르만벡 바키예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영 대사는 바키예프를 이미 여러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는데, 그는 지난 24일 아키예프 대통령이 쫓겨난 뒤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영 대사는 또 이번에 시위대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내무장관에 기용된 펠릭스 쿨로프(56)와 유일한 여성 지도자 로자 오툰바예바 등을 거론한 뒤, “우리의 주요 후보인 바키예프가 패배할 경우,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하는 쿨로프가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선 준비 단계에서 유망한 야당세력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3천만달러 수준으로 올리는 게 필수적이며, 민주주의재단(NDI)·프리덤하우스 등을 통해 추가 자금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천여명의 주민들이 경찰에 자원하면서 아카예프 대통령 축출 직후 벌어졌던 약탈과 폭력사태는 가라앉고 있지만, 이날도 그를 지지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는 등 혼란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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