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 어디까지?-조선일보
CIS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 어디까지?-조선일보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4.03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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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국가에서 민주화혁명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3년 11월 그루지야에서 민중혁명(장미혁명)이 성공한 뒤 작년 말 우크라이나에 이어 지난달 24일 키르기스스탄 정권도 결국 무너졌다. 불과 1년여만에 옛 소련국가에서 발생한 세번째 혁명이다.

이들 국가 모두 옛 소련국가들로 1991년 독립 이후 독재 정권이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각국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와는 달리 연방 정부의 통제만 벗어났을 뿐 소련 때와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일단은 독립 당시 소련 정권에서 벗어나려는 염원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독립국가 지위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독립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그루지야의 장미혁명은 이들 국가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10여년 동안 지속돼 왔던 셰바르드나제 정권 붕괴는 각국의 민주화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의 성공은 언제든지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키르키스의 민주화 혁명(레몬혁명)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지난2월 27일과 지난달 13일 실시된 1·2차 총선 과정에서 아카예프 대통령 정권은 야당 후보 등록 취소하고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등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중혁명의 교훈을 무시했다.

전체 75명을 의원을 뽑는 키르기스 총선에서 여당은 69명이나 싹쓸이 했다. 야당인사들은 상식밖의 결과라며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다.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열기는 불과 열흘만에 수도 비쉬켁을 휩쓸며 급기야 아카예프 정권을 전복시켰다. 정부 전복은 불과 몇시간만에 진행됐을 정도로 급박했다.

옛 소련은 러시아를 포함, 15개로 구성됐었다. 1985년 고르바초프 대통령(당시 공산당 서기장) 집권 이후 페레스트로이카(개혁)·글라스노스찌(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유럽 성향이 강한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이 가장 먼저 독립을 선언한 뒤 나머지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발트3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민주정부를 탄생시키지 못한 채 독재정권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었다. 옛 소련국들은 발트3국을 제외한 채 독립국가연합(CIS)이라는 틀을 유지해 왔다. 지난 15년 동안 이들 국민들은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민주화 염원을 접었었다.

그러나 최근 인접국 사이에 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으로 정착되면서 국민정서는 반정부 성향으로 번지고 있다. 그 분위기가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혁명의 대의(大意)는 민주주의요, 국민의 관심은 경제로 변했다.

현재 옛 소련국가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키르기스에 이어 다음 차례는 어느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독립 이후 가장 독재적인 국가로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 벨로루시도 문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이들 국가는 키르기스와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국중 가장 견고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옛 소련시대나 독립이후에도 여전히 CIS 맹주(盟主)역할을 해온 러시아는 이들 국가의 민주화 열기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요 국민들의 염원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옛 소련국가에서는 15년 전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분위기속에 독립을 갈망했던 분위기가 민주화 혁명 열기로 되살아 나고 있다.

모스크바 정병선특파원 [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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