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전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이런 건 지켜야
러시아의 유전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이런 건 지켜야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4.1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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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철도공사의 사할린 유전개발 투자의 혹사건에 대해 관련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유전개발을 위한 사전조사, 기술검토 등의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고 의사결정 과정도 성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돈이 많이 들고 위험부담이 큰 유전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은 80년대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석유개발공사 관계자는 16일 “해외 유전개발은 사기꾼이 많아 신빙성 있는 정보와 절차가 필요하다. 가령 믿을 만한 파트너인지, 중앙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았는지, 믿을만한 유전인지, 항만 ·주변시설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지, 법제는 어떻게 돼 있는지, 자금회전은 가능한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료만 검토하는데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몇 년씩 걸린다”며 “수 천만달러를 베팅하는 사업에 비전문가의 말만 듣고 파이낸싱, 의사결정, 기술검토 등이 한 라인에서만 성 급하게 이뤄지고 검증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꼬집었다.

한양대 시스템공학부 성원모 교수는 “민간이나 비전문기관이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할 때는 통상 전문기관인 한국석유공사의 자문을 구하거나 국내외 연구기관에 광구지역, 매장량, 경제성 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다”며 “그러나 철도공사는 이런 절차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러시아의 경우 시추공 하나를 뚫어 필요한 자료를 얻는데 100만달러(10억원)가량이 들고 한두달 동안 시추자료와 탐사자료 등을 종합분석한 결과를 갖고 협상을 벌인다”며 “언론에 보도된 것만 보면 이런 절차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사업은 돈이 많이 들어가고 위험부담이 크 기 때문에 민간이든, 비전문기관이든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저리의 에너지특별회계 예산을 주로 사용한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하는 경우는 80년대 이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철도공사가 이같이 법적 근거나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를 생략한 채 졸속으로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어느정도 확인됐다. 지난해 8월16일 사업참여를 결정한 뒤 18일만인 9월3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0월4일 계약금을 지급하고 한달여만인 11월15일 계약을 해지했다.

또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도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허문석(한국쿠르드오일대표)박사의 말을 확인하지 않고 믿었던 것은 내 불찰”이라며 “허 박사의 얘기는 지금 생각하면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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