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게이트 실체 조금씩 드러나-주러 대사관도 불똥
오일게이트 실체 조금씩 드러나-주러 대사관도 불똥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5.11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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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오일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주러 대사관도 그 폭풍권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유전 관련 회담을 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10일 노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사할린 유전개발 합작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과 철도공사, 알파에코사의 3자 모임을 준비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유전사업이 방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된 정황을 확보, 청와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등을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험으로 이야기하면 대통령이 방문할 때즈음이면 대사관에는 비밀의 문이 생긴다. 특파원들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정상회담 관련 대외비 자료들이 있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그런 방에서 러시아측과 한국측 오일게이트 당사자들과 회담을 했을 것이다. 그런 사안들이 검찰 조사로 하나씩 밝혀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청와대가 어디까지 알았느냐는 것이다. 행정관에게 보고가 됐다는데 그걸로 끝이냐는 것. 청와대는 10일 관련 의혹을 해명하느라 바빴고, 이광재 의원 쪽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11월9일이다. “철도공사가 추진하는 유전사업에 위험성이 있다”는 국정원 정보보고를 받고 조사 뒤 6일만에 종결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상황실은 언론의 유전사업 의혹 보도로 민정수석실이 진상파악에 나선 지 18일이 지나서야 국정원 정보보고 사실을 민정수석실에 보고해 ‘은폐의혹’을 샀다.

게다가 지난해 8월31일 왕영용 철도공사 본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김아무개 행정관에게 유전사업 추진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연 국정상황실이나 행정관 선에서 보고가 끊긴 건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순방과 관련한 각종 회의를 점검한 결과 회의단위, 실무단위에서 의제, 일정계획 등에서 유전사업 건이 다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순방을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할린 및 캄차카 지역의 유망광구에 대한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중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할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유전사업을 보고했다는 신광순 사장의 진술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당시 신씨는 철도청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만약 장관이 보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협조공문이 오가고 관련 업무를 하는 실국장들도 배석했을 텐데 전혀 그런 자료가 없다”며 “심지어 지난해 8월 장관실 방문일지까지 다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나중에 조사 결과로 말하겠다”며 관련 정황을 포착했음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이광재 의원과 관련된 부분은 조사 범위가 넓어 비서진 등을 모두 조사하고 실체를 규명해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변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의 초점은 유전수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총선자금 8천만원’처럼 또 다른 내용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아직까지 참고인 자격인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둔 것이 뭔가 단서가 잡혀 철저한 수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여론을 의식한 ‘모양 갖추기’인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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