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기념행사 직전에 햇볕이 쨍쨍 내리쬔 사연은
승전기념행사 직전에 햇볕이 쨍쨍 내리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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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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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기념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러시아 최대의 기념일로 세계 2차대전의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기념일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전역에는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념식이 열릴 예정인 `붉은 광장'도 비에 흠뻑 젖었다. 전승기념식을 앞두고 테러 등에 대비, 거리 곳곳에 배치된 군경들도 우의를 입은 채 빗속에서 경계를 서야만 했다.

일반 관광객들은 단순히 비가 내리는 풍경을 지켜봤지만 모스크바 시민들은 흩뿌리는 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뜻깊은 60주년 전승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비가 내리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처럼 비춰졌다. 더욱이 세계 각 국의 정상들을 대거 초청, 그 어느 때 보다 성대한 전승기념일 행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하늘이 훼방을 놓는다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러시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교민 신찬호씨는 "그동안 모스크바에서 중요 행사가 열리는 날에 비가 내리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이는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서 기후를 변화시키는 기술이 발전해 주요 행사가 잡혀 있을 때는 미리 항공기를 이용해 비구름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씨는 이어 "전승기념일 행사가 열리는 내일은 햇빛이 쨍쨍 내리쬘 것"이라는 장담까지 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인 9일, 기념식을 채 30분도 남기지 않은 시간까지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올해는 기후도 변화시킨다는 러시아의 과학기술도 대자연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기념식이 예정된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거짓말처럼 갑자기 파란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며 비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모스크바에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현지 신문들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앞서 오전까지 공군 비행기 11대가 투입돼 모스크바 외곽지역부터 지상 3~8Km 상공에서 구름을 없애는 화학약품들을 대량 살포했다는 것이다.

비 내리는 행사장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내심 불안해했던 모스크바 시민들은 `역시' 하며 자국의 과학기술 위력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살포된 화학약품 때문인지, 60년전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하늘의 배려 덕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결국 올해도 `전승기념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송정렬 son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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