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흘러가게 된 오일게이트의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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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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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뭐 그렇게 변명하고 부인하고 야단이었는지 모르겠다. 당초엔 국민의 정부 시절 옷로비 사건을 연상케한다고 했는데, 옷로비 특검에서는 실패한 로비라고 결론냈다. 그게 맞는 것이다. 그 정도면 옷로비를 했다고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과 죽일려고 준비를 한 것과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검찰 수사의 흐름을 보면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유전사업의 청와대 보고를 지시하고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직접 지원을 요청했다. 해외자원 개발을 지휘하는 건교부 차관이 이런 저런 지시를 했다면 정부가 한 것이지, 힘없는 철도공사가 한 일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어느 공사의 사장이, 임원이 감독부서인 정부부처의 차관 말을 거스리겠는가?

결정적인 정황은 또 있다. 김 전 차관이 은행권에 대출 청탁을 하는 자리에 국가정보원 간부까지 합석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의 수사상황을 보면, 검찰은 김 전 차관 등이 정·관계 ‘실세’들과 공모해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에 청와대나 여권 실세가 어느 선까지 참여했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이 황영기 행장 등 우리은행 고위 임원들을 만나 대출 협조를 요청했다는 자리에 국정원 간부가 참석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전적으로 김 차관의 주도로만 이뤄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적어도 국정원이 유전사업 초기부터 유전사업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김 전 차관이 협조 요청을 한 시점은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22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유전사업과 관련한 대출 협조를 요청했다면, 이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동안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철도공사의 유전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한 차례 제출한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

김 전 차관 쪽과 우리은행, 국정원 쪽은 이 자리에서의 대출 요청 자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은행 쪽도 “7월22일 황 행장이 신임인사차 철도청 간부들과 오찬을 했으며,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정원 간부에게 이 자리에 동석을 권유해 함께 만난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대출 얘기는 없었고, 철도청 쪽에서 대출 얘기를 처음 꺼낸 것은 6일 뒤인 7월28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측의 이야기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건 너무 희박하다. 은행장이 신임인사차 현금(차비나 각종 경비) 소요가 많은 철도청 간부들과 인사하는 자리에 국정원 간부라? 뭐 우리는 이상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와서 보세요 하는 의미로 정보요원까지 불렀다는 말인가? 개가 웃을 일이다.

국정원 인사들은 어디에도 있다. 정보를 캐고 다닌다. 그렇다고 버젓이 자기 이름까지 들고나와 공식석상에서 정보를 캐지는 않는다. 가능하면 한쪽 당사자와 만난다. 만났다는 사실 자체 마저도 알려지기를 꺼려한다. 그런데 양 당사자가 인사하는 자리에 "저 국정원 누급니다"하고 인사를 한다니, 그러면 철도청 사람들이 우리은행측에 '뭐 이런 넘들이 있어"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리 국정원이지만 철도청 시절 안기부의 보안 감사에 당한 사람이 한두사람이겠는가?

황영기 행장과 절친한 친구라면 더욱 그 자리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철도청 사람과 가까운 사이였으면 모르겠다. 그렇다면 청장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한다.

검찰도 ‘철도청장-은행장-국정원 간부’의 조합은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사업지원이 있었다는 정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정부 기관은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비롯해 산업자원부, 외교부(주러시아대사관), 국정원으로 광범위하다.

청와대 쪽은 관련 내용들에 대한 보고를 누락하거나 늑장보고를 한 사실들도 드러났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청와대 최고위 간부인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은 김 전 차관과의 친분관계가 새롭게 확인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희범 장관이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이나 김 전 차관에게 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러시아 대사관도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코리아크루드오일, 철도공사, 러시아 회사와 3자 모임을 준비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모양으로만 보면, 여권 실세가 주도해 범정부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검찰은 특히 김 전 차관이나 왕영용씨 등 사건 관련자들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급진전시킨 것으로 볼 때, 실제 이 사업이 방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누군가가 유전사업을 의미가 있는 사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그 ‘누군가’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극구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권 외압에 대한 수사가 김 전 차관과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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