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드디어 유력지 이즈베스티야 마저 손에 넣어
푸틴 드디어 유력지 이즈베스티야 마저 손에 넣어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6.06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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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방송에 이어 신문까지 장악할 태세다. 러시아 최고의 유력지 ‘이즈베스티야’가 국영기업에 매각됐다.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자회사인 가즈프롬 미디어는 3일 “이즈베스티야 주식 50.19%를 시장가격에 사들였다”며 “그러나 정확한 거래액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니콜라이 센케비치 회장은 “이즈베스티야 같은 권위있는 신문을 매입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제 회사는 일간지 분야에도 새로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즈프롬 미디어는 이미 러시아 최고 인기 TV방송사인 NTV와 유명 라디오방송 ‘에코 모스크바’, 정치주간지 ‘이토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즈베스티야가 국영화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이즈베스티야가 러시아 당국을 비판하는 기사를 자주 써 푸틴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는 점에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즈베스티야의 전 편집부장 게오르기 보브트는 “신문 수익은 줄어들고, 크렘린의 압력은 거세지는 것을 사주인 포타닌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코스 전 사주 호도르코프스키가 푸틴 체제에 맞서다 징역 9년형을 선고받은 것도 사주의 매각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이즈베스티야마저 ‘어용 언론’으로 전락한다면 러시아 내 비판 창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미디어 분석가 아나 카치카예바는 “가즈프롬 미디어가 인수한 NTV의 사례에서 보듯 이즈베스티야가 정부에 예속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즈베스티야는 1905년 10월 볼셰비키 혁명 당시 노동자 소비에트 신문으로 생겨났다. 92년 민영화됐으며 발행부수는 23만4천5백부다. 지난해 9월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에서 발생한 학교 인질사태 당시 러시아 정부의 무력진압이 빚어낸 참혹한 광경을 사진과 그래픽으로 전면에 내보내 크렘린의 눈 밖에 났으며, 결국 편집장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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