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에 돌아본 우즈베크의 고려인 삶
광복 60주년에 돌아본 우즈베크의 고려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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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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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러시아 이주가 올해로 141주년을 맞았다. 2003년은 미국 이민이 100년이었고, 멕시코 이민은 올해로 100년 역사다. 해외 한인들은 그 동안 갖은 고생 끝에 뿌리를 내렸지만 고향과 조국을 잊지 못하고 산다.

광복 60주년 기념문화 사업추진회 등은 110명의 젊은이로 ‘겨레문화 창의단’을 구성, 최근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의 한인 사회에 파견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쳤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한 학교에서 17년째 교사로 일하고 있는 강 발렌치나(58.여)씨는 20여 평 아파트에서 남편.손녀 둘과 함께 살고 있다.

8일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강씨는 '한국 손님'을 반가워 하며 찰떡을 내주었다. 그러면서 "집이 허름하긴 해도 우즈베크에선 중산층 이상"이라고 말했다. 집안에는 TV.에어컨.냉장고 등 웬만한 가전제품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강씨의 남편은 공장 기술자다.

현재 우즈베크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전체 인구의 약 1%인 23만여 명. 1937년 스탈린의 지시로 극동에서 강제 이주당한 한인과 그 후손들이다.

이들은 타고난 근면성과 교육열로 대체로 잘 정착했다. 고려인 TV 프로그램 제작 PD인 박 리타(45.여)씨는 "고려인 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어렵게 사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70%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많다"고 말했다. 88년에 설립된 고려문화협회는 고려인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블라지미르(51) 고려문화협회장은 "노인.예술가.과학자.청년 등 분과별 조직과 20여 개 지역 지부가 있다"며 "설날.단오.추석 때는 지역별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인 사회는 91년 소련 붕괴 이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신 회장은"우즈베크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한 데다 93년 독립한 우즈베크 정부가 우즈베크어를 국어로 삼으면서 러시아어만 할 줄 아는 고려인들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고 말했다. 고려인 공무원 수도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의 진출과 한류 열풍은 고려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높여줬다.

타슈켄트 시내에 있는 한국교육원 5층 건물 복도 곳곳엔 아직도 TV드라마 '겨울연가'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2003년 방영된 겨울연가는 60%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네 차례나 재방송됐다.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교육원의 이진우 원장은 "학기당 한글 수강생이 1300~1500명으로 늘었는데, 고려인과 우즈베크인이 절반 정도"라고 했다.

시내 곳곳에선 삼성과 LG의 광고판이 보였다. 길에는 대우자동차가 만든 씨에로.마티즈.티코가 넘쳐났다. 외국어로는 한국어가 영어 다음으로 인기여서 5개 대학이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문하영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이곳 젊은이들의 최대 꿈은 대우 차를 타고, LG TV에 삼성 DVD를 연결해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신문의 김 부루트(55) 편집장은 "내 주변의 고려인 가운데 대부분은 자녀 1~2명이 한국에서 유학하거나 일하고 있다"며 "한국은 고려인에게 꿈의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베크인 1만5000여 명이 본국에 송금하는 돈은 한 해 1억 달러에 달한다.

타슈켄트에서 운전업에 종사하는 고려인 김 니콜라이(64)씨도 지난 3년간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한 아들(34) 덕에 새 집까지 사게 됐다.

김씨는 "아들이 월 100여만원씩 보내준 데다 최근 목돈을 들고 귀국해 살림이 크게 폈다"며 활짝 웃었다. 현지의 평균 월급이 30~40달러(약 3만~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은 큰돈이다. 타슈켄트에서 유학 중인 최소영씨는 "우즈베크 사람들에게 한국인과 고려인은 똑같은 '카레츠이(한국 사람)'로 통한다"며 "한류 덕분에 고려인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상의 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타슈켄트 시내 함자극장에선 '한국의 날'행사가 열렸다. 1, 2층 객석을 가득 메운 500여 명 앞에서 겨레문화창의단 소속 한국 대학생과 고려인 젊은이 30여 명이 한국 춤 등을 선보였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이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감격해 했다. 고려인 3세 이 타냐(25.여)씨는 "언어만 다를 뿐 두 나라 젊은이들 간에 별 차이가 없음을 느꼈고,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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