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아십니까?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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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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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상들의 만남이 끝난 뒤에 신문 제목이 커다랗게 무슨 무슨 동반자 관계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그게 뭔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알고 보면 큰 차아기 있습니다.

주로 강대국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상대국과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미국은 영어로 쓰는 만큼 알기가 어렵고, 한자를 이용한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그 관계를 명확하게 알수가 있습니다.

중앙일보 홍콩특파원이 중국의 예를 들어 그 용어 기준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교안보쪽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이 기준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고 있느니까요.

"외교 용어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 중국이 상대국과의 친소(親疏) 관계를 외교 용어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중국과 캐나다는 11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그 이전 양국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다. 중국은 '전면적 협력' 대신 '전략적'이란 말을 쓰고는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발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캐나다 방문 성과라는 것이다.

중국은 1996년부터 수교국과의 양자관계를 5단계로 분류해 왔다. 단순 수교→선린 우호→동반자→전통적 우호협력→혈맹 순으로 높아진다. 골격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다시 동반자 단계를 세분하는 게 최신 경향이다. 동반자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친밀도가 달라진다.

동반자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서로 대항하지 않는다. 둘째, 같은 것을 추구하고 생각이 다른 것은 일단 제쳐둔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지킨다. 셋째, 어느 특정한 제삼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동반자 앞의 '전략적'이라는 수식어는 선진국이나 강대국과의 외교 관계 설정에 주로 사용된다. 세계 경영을 함께 논하는 수준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전통적 우방을 '전면 전략적 동반자'로 부른다. 정치.경제.외교는 물론 군사.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협력이 가능한 큰 상대라는 것이다.

지난달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러시아는 그 아래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단계까지 올랐다. 영국.독일.캐나다 등은 그냥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그러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당시 전략적 동반자였던 미국과의 관계는 하향 조정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자'라고 언급한 이후 '건설적 협력 동반자'라는 모호한 용어로 양국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서로 소원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92년 수교 이후 단순 수교 관계에서 경제통상 중심의 선린우호 관계를 거쳐 98년 이후 협력 동반자 관계로 올라섰으며 2003년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북한은 최고 수준인 '혈맹' 관계였으나 한.중 수교 이후 전통적 우호협력 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서열이 높은 관계다.

역사 왜곡과 영토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일본은 밑에서 두 번째인 선린우호 관계에 머물러 있다. 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희망했다. 그러나 중국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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