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대통령이 퇴임후 작은 크렘린 '가스프롬' 회장을 원한다?
푸틴대통령이 퇴임후 작은 크렘린 '가스프롬' 회장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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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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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산업에 대한 크렘린의 통제권 강화는 블라디미르 푸틴(53) 대통령의 퇴임 이후 대비책인가?

세계최대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 최근 러시아 5위 석유기업 시브네프트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2008년 퇴임 이후 가스프롬 총수를 맡게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수개월째 러시아 언론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얘기의 골자는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 행정실장이자 가스프롬 이사회 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0)를 후계로 내세워 퇴임 뒤 자리바꿈을 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처럼 3선에 도전하지 않고 1990년대 초 페테르부르크 부시장 시절부터 자신을 보좌해온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가스프롬을 장악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최근의 가스프롬 몸집불리기는 이런 포석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메드베데프에 대한 러시아 정부 관리들의 견해도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관리들도 “젊고 영리하고, 정치적 분란에서 떨어져 있던 테크노크라트”라며 “리버럴한 견해를 갖고 있고 그만큼 후계자로서 역할을 잘 할 인물이 없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정치상황연구소의 콘스탄틴 시모노프 소장은 “퇴임 이후 위상에 걸맞은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의 50%를 통제하는 가스프롬의 총수는 ‘그림자 지도자’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공학연구소의 알렉세이 마카르킨 부소장은 “여당인 러시아연합당의 대표와 가스프롬 총수를 겸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후계자로 간택되었을 때 “대통령보다는 가스프롬의 총수 자리를 원한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후계자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후계를 둘러싼 암투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강력한 후계로 거론됐던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자신은 대통령 직에 절대 뜻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물러앉았다. 메드베데프로서도 이런 시험을 어떻게 치르고 부족한 대중적 이미지를 고양시키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지명한 후계자를 찍겠다는 사람은 12%에 불과하고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3선을 지지한다는 여론이 과반수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원하든 원치 않든, 주위의 권유에 못이기는 체 눌러 앉게 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작은 정부’ 가스프롬

국영 가스프롬은 명실상부한 러시아 최대의 기업이다. 가스프롬은 전세계 가스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세계 가스 매장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 가스 매장량의 60%, 전세계 매장량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뒤질 뿐 이라크보다 많은 것이다.

가스프롬은 지난해 또다른 국영기업 로스네프트와의 인수합병이 실패해 주춤하는 듯했지만, 최근 시브네프트 인수 등을 통해 몸집불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루 26만배럴에 불과하던 가스프롬의 석유생산은 하루 68만배럴을 생산하는 시브네프트 인수로 석유부문에서만 러시아 5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가스프롬의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은 545bcm(하루 석유생산 940만배럴 해당)에 달했다.

옛소련 시절 천연가스부를 모태로 한 가스프롬은 러시아 외교정책 수행의 주요한 도구이자 ‘작은 정부’이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정부의 가스프롬 지분을 51%로 늘리는 조처를 통해 정부통제권을 확고히 했다. 가스프롬은 핀란드가 사용하는 가스 전량을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독일(36%), 이탈리아(27%), 프랑스(25%), 터키(65%), 오스트리아(65%) 등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가스사용량의 44%를 공급해 유럽의 에너지 목줄을 쥐고 있다.

전세계 최장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천연가스(PNG) 수출에만 주력했던 가스프롬은 미국과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엘엔지(LNG) 시설 확충 등 다변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이밖에도 2001년 에 이어 최대 일간지인 등 반정부적 언론들을 인수해 러시아의 유력 미디어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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