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피아노 독주곡 '사계'를 작곡한 스토리를 보니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피아노 독주곡 '사계'를 작곡한 스토리를 보니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11.08 0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피아노 곡집 ‘사계’를 작곡한 계기가 재미있다. 그가 살던 19세기에는 음악, 당시에는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음악회에 가거나, 최신 악보를 구해 직접 피아노에서 치는 것이 유일했다. 유명한 피아노곡은 대부분 피아노가 있는 부유한 가정의 거실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사계'는 러시아 음악잡지 ‘누벨리스트’가 1875년 차이코프스키에게 매달 한 곡씩 피아노 독주곡을 써 달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1월에서 12월까지 각 달의 정감에 맞는 피아노 곡을 부탁한 것인데, 누벨리스트는 이 곡들은 잡지 부록으로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잡지를 받은 부유층은 부록으로 온 차이코프스키 독주곡의 악보를 보고 얼론 거실에서 피아노 뚜껑을 여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바깥에는 눈보라가 치고, 한쪽 벽에는 페치카가 타는데, 어여쁜 처녀는 피아노 건반위에서 '사계'를 신들린 듯 쫓아가는 장면을 그리면 낭만적이다.

이 잡지는 또 각각의 곡이 묘사한 정경을 담은 시도 악보 한쪽에 실었다. 시와 악보가 함께 있는 부록, 생각만 해도 기발한 발상이다. 매달 일정한 사용료를 인터넷에서 괜찮은 음악을 골라듣는 세상에서는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계'가 피아노 위에서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잘 사는 집에 피아노 보급이 늘고 ‘악보산업’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작곡가 브람스는 두 사람이 함께 치는 피아노 곡집 ‘헝가리 춤곡’으로 돈을 벌었고, 친구 드보르자크에게도 ‘슬라브 춤곡’을 쓰도록 권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 ‘사계’ 전 12곡 중 유명한 것은 역시 6월 ‘뱃노래’와 10월 ‘가을의 노래’다. 11월은 ‘트로이카(삼두마차)’다. 11월의 트로이카에 붙어 있는 시는 이렇다고 한다.  
‘외로울 때 길을 쳐다보고

마차를 쫓아 달리지 말라
갈망일랑 마음속에 눌러두어라.’ 

러시아에서 11월과 12월을 지내본 사람들에게는 그 뜻이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