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초기 북한정권을 주무른 스티코프 장군의 일기 번역됐다
해방 초기 북한정권을 주무른 스티코프 장군의 일기 번역됐다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11.08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의 정치드라마는 ‘쉬띄꼬프’의 책상에서 기획되어 연해주 군관구와 소련군사령부 지도자들 회의에서 확정되면 모스크바의 재가를 얻은 후 북한 지도부에 전달된다. 소련군사령부는 북한 지도부를 독려하여 기획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드라마의 대본과 조선인 출연자들을 준비하고 기획자의 최종적인 결재를 받아 드라마를 상영한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해외사료 총서 10권으로 출간된 ‘쉬띄꼬프 일기(1946∼1948)’의 편저자인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광복 이후 북한 정치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은 소련 극동군 정치위원으로 북한주둔 소련군을 지휘한 테렌티 포미치 스티코프(1907∼1964) 중장이 남긴 일기 중 한반도 관련 내용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쓰티코프 장군은 사실상 북한을 통치하는 총독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가 그런 일기를 남겼는지를 몰랐다가 중앙일보가 그 일기를 인용하거나. 스티코프의 증언을 이용해 북한 정권 수립과정을 재구성한 바 있다. 그 글은 책으로도 나와 있다.

스티코프는 극동군 정치위원을 끝낸 뒤 북한주재 소련특명전권대사(1948∼1951)를 지냈다. 그는 개인적 기록을 남기지 않은 다른 소련 지도층 인사와 달리 60권의 일기를 남겼다.

전 교수는 러시아 유학시절이던 1995년 스티코프의 가족을 통해 1946∼48년에 쓴 4권의 일기를 입수했다. 우리말 번역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번역과정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순전히 필기체로 된 글자를 읽기 어려운게 아니고 돈 문제엿을 것이다. 지원해주는 단체가 없으면 무슨 돈으로 그 일기를 번역하겠는가? 필기체는 러시아 사람에게 보여줘서 타자로 치게 하면 금방 가능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읽으려니 읽기 힘들 뿐이고, 러시아 사람이라면 금방 읽는다.

전 교수는 1949∼50년에 쓰인 4권의 일기를 추가 발굴하려 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했다. 스티코프가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료는
△소련군이 해방군을 자처했지만 본질적으로 미군과 같은 점령군으로 군정통치를 펼쳤으며
△북한정부 수립과정이 철저히 소련의 설계로 이뤄졌음을 증언한다.

사료는 또
△남한 좌익정당의 이합집산이 소련의 지시에 의거해 이뤄졌으며
△좌우합작운동과 남북한 총선거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에 소련이 반대했음을 보여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