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의 해외사료 총서 10권으로 출간된 ‘쉬띄꼬프 일기(1946∼1948)’의 편저자인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광복 이후 북한 정치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은 소련 극동군 정치위원으로 북한주둔 소련군을 지휘한 테렌티 포미치 스티코프(1907∼1964) 중장이 남긴 일기 중 한반도 관련 내용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쓰티코프 장군은 사실상 북한을 통치하는 총독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가 그런 일기를 남겼는지를 몰랐다가 중앙일보가 그 일기를 인용하거나. 스티코프의 증언을 이용해 북한 정권 수립과정을 재구성한 바 있다. 그 글은 책으로도 나와 있다.
스티코프는 극동군 정치위원을 끝낸 뒤 북한주재 소련특명전권대사(1948∼1951)를 지냈다. 그는 개인적 기록을 남기지 않은 다른 소련 지도층 인사와 달리 60권의 일기를 남겼다.
전 교수는 러시아 유학시절이던 1995년 스티코프의 가족을 통해 1946∼48년에 쓴 4권의 일기를 입수했다. 우리말 번역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번역과정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순전히 필기체로 된 글자를 읽기 어려운게 아니고 돈 문제엿을 것이다. 지원해주는 단체가 없으면 무슨 돈으로 그 일기를 번역하겠는가? 필기체는 러시아 사람에게 보여줘서 타자로 치게 하면 금방 가능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읽으려니 읽기 힘들 뿐이고, 러시아 사람이라면 금방 읽는다.
전 교수는 1949∼50년에 쓰인 4권의 일기를 추가 발굴하려 했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했다. 스티코프가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료는
△소련군이 해방군을 자처했지만 본질적으로 미군과 같은 점령군으로 군정통치를 펼쳤으며
△북한정부 수립과정이 철저히 소련의 설계로 이뤄졌음을 증언한다.
사료는 또
△남한 좌익정당의 이합집산이 소련의 지시에 의거해 이뤄졌으며
△좌우합작운동과 남북한 총선거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에 소련이 반대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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