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을 이끈 지도자들을 바탕으로 분석한 책 '실패한 제국', 왜 붕괴했을까?
소련을 이끈 지도자들을 바탕으로 분석한 책 '실패한 제국', 왜 붕괴했을까?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1.07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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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공산혁명 100주년이다. 공산혁명을 통해 제정러시아를 대신한 소련은 '실패한 제국'일까? 그렇다. 70여년만에 붕괴됐으니까. 왜? 전문가들은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20세기 냉전에서 소련이 궁극적으로 패배했고 본다. 그렇다면 소련은 왜 냉전에서 졌을까?

'실패한 제국'(블라디슬라프 주보크 지음/김남섭 옮김/아카넷/1만8000원)은 소련을 이끌었던 공산당 서기장 등 인물에 집중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한다. 저자는 “소련의 대외정책은 (그 정책을 추진해왔던) 지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컨데 스탈린 사후 권력을 장악한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공산당 서기장은 공산주의에 대한 낭만적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후임자인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은 순진한 평화주의자로 평가한다. 아직 생존해 있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계급적 원리보다는 인권, 무력 사용의 포기, 민주주의와 양심의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미국·소련 간 협력과 대화를 강조했던 신사고의 주창자였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소련 지도자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들이 추진해온 국내외의 정치 과정에 대해 새롭게 접근을 시도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분석이 한 사례다. 쿠바 미사일 위기 뒤에는 “공산주의의 최종 승리에 대한 믿음과 이 승리를 가속화하고 싶어하는” 흐루시초프 전 서기장의 욕망이 숨어 있었다는 식이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7월 초에 개최된 유엔 안보리에서 소련이 유엔군 파병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소련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중국과 장기전을 치르게 함으로써 “미국의 시선을 유럽에서 극동으로 돌리고 싶어했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줄 것”이라는 게 당시 스탈린의 계산이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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