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가정폭력을 조장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데, 무슨 일이..
러시아에 가정폭력을 조장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데, 무슨 일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2.09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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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40분마다 여성 1명이 목숨을 잃는 러시아에서 가정폭력범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7일 이 개정안에 서명해 시행에 들어갔다.

외신에 따르면 이 개정안의 통과로 집안에서 힘이 약한 여성이나 아이를 때려 멍이 들고 피가 나게 하더라도 구금 15일 혹은 벌금 처분만 받게 된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그 이상의 처벌을 할 수 없다. 이전까지 2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하던 것에 비해 처벌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여성단체 등은 이 개정안을 ‘때리는 법안’이라고 부르면서 반발하지만, 이 개정안을 주도한 사람은 의외로 여성의원이다. 극우 성향 여성 정치인 옐레나 미줄리나 의원은 "러시아에서 가족 관계는 부모의 힘과 권위로 뒷받침된다"며 "이 법은 이러한 러시아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곳이다. 남성들은 부엌 근처를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런 남성우위 문화가 한국보다 더 강한 곳이라는 게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은 말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여성의 날 풍경에서 보듯이, 한국보다 더 넓고 깊게 퍼져있다. 러시아 여성문화의 이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인력을 착취하기 위한 옛 소비예트 문화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개정안 통과로 러시아 시민단체에서는 국가가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러시아에서 가정폭력은 매우 심각하다. 2010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여성 1만4000명이 남편의 폭행으로 숨진다. 

이 개정안에 찬성한 또다른 여성 의원 올가 바탈리나 의원은 "모르는 사람을 때렸을 때보다 가족을 때렸을 때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 곳곳에선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 탄원서에는 약 30만명이 서명했으며, 온라인에서는 가정 폭력 피해 경험에 '#Iamnotscaredtospeak(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운동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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